지난해 실적발표 시즌을 전후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는 코스닥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자산재평가를 통해 수백억원대 자본이 늘어나면 당장 실적악화로 밀리던 주가가 급반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산재평가가 기업의 본질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장부상 자본건전성만 높아진다는 점에서 그 효과를 지나치게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일 자산재평가를 통해 281억원의 차익이 발생했다고 밝힌 파워로직스는 이틀 연속 급등했다. 19일엔 환율급락 효과까지 겹치며 상한가로 마감했다. 20일엔 장초반 강보합 수준으로 숨고르기 중이다. 앞서 파워로직스는 17일까지 4일 연속 하락마감했다. 16일 발표한 지난해 실적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파워로직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19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순손실은 384억원으로 2007년보다 222억원 이상 늘어났다. 185억원에 달하는 키코(KIKO) 손실 등 대규모 영업외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자산재평가를 통해 단숨에 바꾼 것이다.
같은날 자산재평가 실시로 98억원의 차익이 발생한 비츠로시스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18일 10.32% 상승에 이어 19일엔 장중 11.29%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가격은 52주 신고가 기록이기도 하다.
비츠로시스 역시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다. 3월 결산법인인 비츠로시스는 지난해 3분기(12월)까지 매출 300억원에 영업적자 53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도 50억원을 넘었다. 비츠로시스는 자산재평가뿐 아니라 원전수혜, 수처리 관련 정책수혜 등이 겹쳤지만 19일 차익매물이 쏟아지며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한 2.74% 상승한 3185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기록한 적자를 자산재평가 실시로 장부상으론 단번에 상쇄했지만 그것만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완전히 얻진 못한 셈이다. 이런 경우는 코스닥상장사 중 자산재평가 최대 평가차익을 올린 서부트럭터미날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달 26일 자산재평가를 실시, 3697억원의 평가차익을 발표한 서부트럭터미날은 이날 6.3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장중 6.35%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더 많았다. 2월5일 1만1500원에 마감됐던 서부트럭터미날은 자산재평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재평가일 직전인 25일 1만4950원까지 올랐다.
서부트럭터미날이 기록한 3697억원의 평가차익은 시가총액보다 많은 금액이다. 평가차익을 감안한 장부가치는 5000억원을 넘는다. 18일 종가 1만5200원 기준 서부트럭터미날의 시총은 2894억원이다. 투자자들은 5000억원이 넘는 자산가치도 보지만 지난해 매출 276억원에 영업이익 17억원, 순이익 2억원의 실적도 함께 보고 있는 것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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