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주 리스크 상각 상당부분 완료..상승여력은 의문
미국증시와 국내증시가 금융주를 필두로 내세우며 나란히 강한 반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씨티그룹의 경우 지난 5일 주가가 0.97달러까지 떨어지며 1달러를 밑도는 수모를 겪었지만 단 2주만에 3.08달러까지 급등하고 올라섰다.
국내 금융주 중 KB금융의 경우에도 지난 10일 2만6000원까지 떨어졌지만, 열흘이 지난 19일 현재 3만4000원을 넘어서며 낙폭을 빠르게 회복해가는 모습이다.
금융주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고,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던 만큼 이번 금융주의 강세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되고 있다는 시그널은 아닌지, 혹은 본격적인 상승추세의 신호탄이 아닌지 하는 기대감이 강하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성급한 의미부여에 대해 자제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지만 시장이 추세적인 변화를 할 경우 국내 금융주의 상승탄력이 더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종원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적인 주식시장 분위기가 호전될 경우 미국 금융주보다는 국내 금융주의 반등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국내 금융주의 경우 리스크가 노출된 것을 비교적 많이 상각했기 때문에 미국 금융주에 비해서 위험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현재는 미국 금융주와 동조화 영향으로 인해 주가가 많이 빠져있지만 펀더멘털 상으로 본다면 미국 금융주보다 상황이 나은편인 만큼 주가 상승속도도 더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문제는 주식시장이 추세적인 전환이 가능할 지 여부에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그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지난 바닥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승세를 멈추고 바닥을 다지는 지지부진한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금융업체들의 경우 기업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12월 1.08%에서 2월 1.67%로 크게 올랐고,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주택담보대출 역시 12월 0.47%에서 2월 0.7%로 올라선 만큼 지표상으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
이러한 펀더멘털 요인으로 인해 주가의 상승폭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황헌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이번 반등은 추세적인 강세라기보다는 제자리 찾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씨티그룹의 경우 지난 1월15일 4.64달러를 기록한 후 3월5일까지 두달만에 4분의 1토막이 났었고, KB금융의 경우에도 1월7일 4만1000원을 기록한 후 3월7일까지 반토막이 났던 것. 이들이 나란히 강한 반등을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1월 주가 수준까지는 아직 회복을 하지 못했던 만큼 현재 수준의 반등에 대해 의미부여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황 애널리스트는 "2~3월 주가가 크게 빠진 것은 펀더멘털적인 요인은 없었지만 외화유동성 문제와 동유럽발 금융위기설 등이 변수가 됐다"며 "그러나 약 2주 전부터 이같은 우려감이 서서히 가시면서 2월 초 주가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이는 본격적 반등이라기보다는 외부변수의 불안요인으로 인한 하락분이 채워지고 있는 상황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주가 하락을 이끌었던 외화유동성 문제 등의 우려감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데다 미국에서 각종 정책이 나오면서 주가가 반등을 하고 있는 것일 뿐 실질적인 펀더멘털 상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그는 "미국 금융주는 단순히 정책 재료에 힘입어 반등하고 있고, 국내 금융주는 원화 약세에 힘입어 반등하고 있지만, 환율이 급격히 안정될 경우 수출주의 실적이 떻게 변할지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한 상황인 만큼 미국이나 국내 금융주 모두 상승여력에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37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한 상황이다.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0.63포인트(0.05%) 오른 1170.58을 기록중이다.
KB금융 역시 전일대비 300원(0.88%) 오른 3만4200원에 거래되며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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