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증시전망] 기억



올해로 주식투자 20년째라는 개인투자자 A씨가 요즘 고민에 빠졌다. 2년 전 펀드와 주식에 5억여 원을 투자했다 절반 이상을 까먹은 이후 아내와 다시는 주식의 '주'자도 쳐다보지 않겠노라 약속했건만 최근 지수가 살금살금 상승하자 그 역시 아내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고 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 한켠에는 작년 하반기 미국증시가 주말마다 큰 폭 떨어질 때마다 심각하게 앓았던 두통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남아있다. 그는 최근 반등장이 고양이가 죽기 직전 화들짝 마지막 발짝을 일으키듯 침체장속의 베어마켓 랠리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애써 자위하고 있다.

3월 세째주 첫 거래일이다.

A씨와 마찬가지로 이전의 다양한 경험과 기억 등으로 시장에 대응하지만 기억 등에만 전적으로 의존한 투자방법이 자칫 잘못된 투자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주말동안 일어난 증시주변의 긍정적 면부터 살펴보면, 우선 미국 증시가 지난 주 후반 나흘내리 상승세를 이어간 점을 꼽을 수 있다. 미국 증시의 지난주 랠리 지속 소식은 출발을 앞둔 16일 우리 증시에 가장 우호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작년 11월28일 이후 최고의 한 주를 보냈다. 다우지수는 한 주동안 600포인트 가까이 오르며 9% 상승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11% 가까이 올랐다. 뉴욕 증시는 5주만에 주간 상승세를 기록했다. 반등 분위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그동안 뉴욕 증시를 끝없이 압박했던 금융주가 랠리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남부지방에서부터 시작된 봄꽃 소식과 함께 우리 증시에 희망의 싹을 피우고 있다.

주말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G20 재무장관 회담 성과 역시 우리 증시에 봄기운을 더해줄 수 있는 요인이다. 각국 재무장관들은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는 등 국제 공조를 통해 세계경제의 성장회복과 금융시스템 강화를 다짐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현재 300억불로 규정된 한미간 통화스와프 한도를 추가로 늘려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측 요구대로 통화스와프 규모가 확대된다면 보다 안정적인 원·달러 환율흐름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증시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증시 내부의 수급적인 면 역시 이미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지난 13일까지 10거래일째 선물시장에서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의 태도가 훨씬 따사롭게 느껴지고 있다. 현·선물간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만기일 이후 콘탱고(13일종가기준 +0.61)로 전환되면서 향후 선물이 현물지수 상승을 이끌 수도 있는 모양새가 그려지고 있다.

특히 지난주 만기일을 전후해 차익실현에 나선 개인들의 실탄이 충분히 확보된 만큼, 이들의 적극적인 매수 가능성도 기대된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수급선(60일)과 경기선(120일)이 겨우 한 두 치 앞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주저하는 심리가 시장 한 켠에서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제반 이동평균선은 서로 수렴했다 다시 벌어졌다를 반복한다는 점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주말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을 재차 제한하고, 우리 정부 역시 강경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북 리스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동안 대북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증시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우리 정부가 개성의 북한측 노동자에게 무노동무임금 원칙 등 압박카드를 강화할 태세를 보이는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벌어질 경우, 증시 출렁임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 엘리베이터 내에 이날 새롭게 붙은 글귀로 결론을 대신한다.

“기억하는 것이 때론 좋을 수도 있지만 잊을 수 있는 것이 진정 위대한 것이다"
(엘버트 허버드)

*참고:엘버트 허버드는 1856년 미국 일리노이주의 블루밍턴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세일즈맨으로 큰 성공을 거둔 후 출판사 로이크로프트(Roycroft)를 설립, 출판 경영자이자 에세이스트로서 이름을 떨친 인물. 스페인과 미국이 벌인 전쟁 당시의 일화를 소재로 한 에세이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를 자신이 발행하던 잡지인 <필리스틴>에 소개했고, 경제공황에 빠져 있던 미국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저서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는 전 세계에서 1억 부 이상 팔린 자기경영의 고전으로, 점점 더 비대하고 복잡해지는 현대 기업의 경영과 조직원에게도 여전히 의미 있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경탑 기자 hangang@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