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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골 편지]휘파람새의 휘파람

3월6일 휘파람새의 첫 휘파람소리를 들었다.
 
핸드폰의 알람이 울리지 않았으니 새벽 4시30분을 넘지 않을 시간임에 틀림없다. 침대에 누운채 꿈결처럼 새소리를 들으면서도 몸이 무겁다는 것을 느꼈다.

지난 밤 나는 늦게까지 야근을 했다. 귀가시간 12시30분, 채 3시간을 못 잔 셈이다.
오늘 따라 휘파람새가 얄미웠다.나는 사실 휘파람새의 이름을 모른다. 그저 소리를 따다 내가 붙인 이름이다. 비록 솜씨 없는 작명이지만 새가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휘이..휘이이..."
 
소리는 사람의 휘파람과 같지만 처음에는 크고, 뒤로 갈수록 길게 낮아진다. 그래서 소리의 여운이 심금을 울린다.나는 몇번이나 휘파람 소리에 홀린 적 있다.

언젠가 새벽녘 휘파람 부는 새를 찾아보려고 현관을 열고 소리를 향해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러나 새를 찾기란 불가능했다. 새를 찾는다는 것보다는 새소리의 위치를 알아 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지만.
귀 기울여보면 소리는 원적산 골짜기에서 나는 것도 같고, 바로 창가에서 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태양이 깨기전에 짝을 찾아 한낮동안 연애나 하려나.

나는 휘파람새의 휘파람소리를 들으며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처음 휘파람새 소리를 들은게 언제였더라. 잠시 소리에 빠져 있는 동안 머리가 맑아져 왔다.
그리고 어제가 생각났다. 회사의 일이며, 새로 써야할 기사며, 숨가쁜 불황의 나날이며...하고 작은 걱정들이 밀려왔다.
 
문득 "뻐꾸기소리가 숲을 더 깊게 한다"는 한 싯구가 생각 났다.
전원에 살면서 아주 이상한 버릇 하나 생겼다. 전원에서의 밤은 도시보다 요란할 정도로 시끄럽다. 개구리소리, 풀벌레소리, 바람소리, 바람에 부딪치는 나뭇가지들의 웅성거림까지 숲은 언제나 소란스럽다.
간혹 우리 집을 찾은 친구들중에는 밤새 뒤척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이런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한다. 여름 장마철 천둥소리마저도 그렇다.
 
그런데도 인공의 소리는 정확히 듣는다. 자동차소리를 들으면 누가 늦게 귀가했는지를 알 수 있다.
"아랫집 변호사가 오늘은 늦었구나..."
그렇게 소리를 감지하는 나의 귀는 반편이다. 인공과 오랜 접촉이 빚은 불상사다. 그저 인공만을 쫓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반편이기는 삶 자체가 그러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밤에는 전원에서, 낮에는 도시에서 두개로 나뉘어 살아온 탓에 귀도 한쪽으로만 열려 있다.
도시에 의존하는 변방의 생애가 낮과 밤으로 나뉘고, 전원과 도시로 나뉘어진 반편이니...그 경계를 늘 아슬아슬 넘나드는 월담속에서 휘파람새만은 유일하게 경계를 허물어준다.
 
아니다. 휘파람새만이 경계를 넘나든다. 잠결에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소리로...인공에 지친 내 귀를 씻으러, 휘파람새는 출근하기 위해 마당에 내려섰을 때도 여전히 노래를 불렀다. 내 삶의 경계와 소리의 경계가 순간 겹쳐온다.
새처럼 모든 경계를 넘어 자유로이 산을 넘고, 강을 넘었으면 좋겠다. 밥과 노동과 억메임의 시간으로부터 벗어나 잠시 여유로와지고 싶다. 그렇게 오늘 휘파람새는 심장속의 숨은 욕망을 일깨웠다. 내 영혼의 본성마저 뒤흔드는 새벽녘....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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