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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혼다의 유감스러운 가격정책

지난 2일 혼다코리아가 배포한 완성차 판매가격 인상 보도자료는 최근 엔화 급등에 따른 영업상 어려움을 열거한 호소문에 가까웠다.

이날 혼다코리아는 차 출고가격을 320만원에서 많게는 890만원까지 평균 13.85% 올렸다. 경기 침체 여파로 완성차 시장 볼륨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업계에서는 파격으로 받아들였다.
 
이를 두고 경쟁 업체에서는 "무엇을 믿고 저러느냐", "영업을 사실상 포기한 것인가" 라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내면서, 가격 인상 바람이 수입차 업계 전반에 불어닥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혼다코리아의 이번 조치는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원ㆍ엔 환율이 지난해 상반기 100엔당 950원에서 최근 1600원선으로 60% 가량 급상승하는 등 영업여건이 최악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03년 모터싸이클 판매를 시작한 이후 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한 가운데 최대 판매 실적을 거둔 2008 회계연도를 한달 남겨놓은 가운데 단기 경영 부담을 소비자에 전가시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혼다는 지난 2003년 회계연도 31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뿐, 중대형 세단 어코드 시리즈를 판매하기 시작한 2004년 12억원 흑자를 시작으로 2005년 47억원, 2006년 222억원, 2007년 295억원 등 해마다 영업이익 폭을 늘려왔다.
 
2008 회계연도에는 국내 상륙 이후 누적 판매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1만 2356대의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혼다코리아 측은 최근 엔고 때문에 적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지만 피부로 와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
 
혼다 본사의 한국 시장에 대한 스탠스에 대해서도 유감이다. 혼다는 국내 진출 당시 한국 자동차 시장 발전에 일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연구개발센터는 고사하고 소비자들이 제품을 즐길만한 홍보관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 도요타코리아가 서울 시내에 고객 등을 위한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혼다코리아의 지분 95%를 보유, 지금까지 영업이익 상당 부분을 취했을 법한테 소비자에게 베푸는 미덕은 커녕 단기적으로 영업 역마진이 우려된다며 가격을 인상하니 기본적인 예의도 의심스러울 뿐이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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