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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드러난 윤증현式 구조조정

강력퇴출보다는 정책지원에 무게...구조조정 강도 퇴색했다는 평가도

윤증현 경제팀이 내놓은 첫번째 기업구조조정 방안이 나왔다.

최근 수년간 운임지수 급등에 편승해 '묻지마 성장'을 해온 해운업종을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렸다. 하지만 칼을 쥔 '집도의'는 이번에도 채권은행이다. 강력한 퇴출보다는 정책지원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부는 보조역할을 맡았다. 건설·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고려하고, 해운업 특성도 반영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시장은 실망의 기색이 역력하다.

◆1기 경제팀과는 다른 방식...효과 있을까=

작년말 현재 국내 해운업체는 177개사(819척)에 달한다. 3년전에는 73개사(471척)이었지만, 운임지수 급등에 편승해 중소형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든 결과이다.두척 이하로 배를 가진 소규모 해운사만 전체의 절반이 넘는 100여개에 육박할 정도로 난립해 있다.

정부는 우선 5월초까지 중대형 해운업체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마무리하고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하기로 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해운사 37개사가 대상이다. 나머지 140개사는 정상적으로 6월말까지 신용평가를 마무리하고 옥석을 가린다.

정부는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하는 '칼자루'를 민간에 넘겼다. 권혁세 금융위 사무처장은 "채권은행들이 각각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하고 업체별 구조조정계획 또는 자구계획을 전제로 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업 구조조정에 임하는 윤증현 경제팀의 색깔은 1기 경제팀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말 1기 경제팀이 시작했던 건설·조선 구조조정에는 정부의 입김이 그대로 묻어났다. 금융감독원이 채권은행들과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일률적인 신용위험평가 기준을 만들고 은행들은 이에 바탕으로 평가했다. 은행 평가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윤증현 경제팀은 해운 구조조정에서 정부의 입김을 뺐다. 우선 신용평가 기준을 일률적으로 만들지 않는다. '지도'·'유도'라는 단어에서 나타나듯 채권단 자율적으로 살릴기업과 퇴출기업을 구분할 것으로 주문했다. 평가결과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시장 반응 회의적...선박펀드 문제없나=

정부가 줄곧 강조하는 '해운업 특성'을 감안해도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방안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생존 가능한 업체를 지원한다해도 지원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위기에 처한 해운업계를 구해 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애널리스트는 "정부도 취할 수 있는 조치 또한 제한적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획기적 대책을 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회생 가능한 업체를 지원하면서 업황 회복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세계 해운업계의 극심한 공급초과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산업정책과 전략적 측면을 고려해 선박투자회사 활성화 등 제도적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운업체 구조조정을 위해 필수적인 선박 처분을 돕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박투자회사에 대한 투자기간 제한, 현물출자 금지 규제 등을 완하하는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문제는 해운업계의 극심한 침체를 감안할때 누가 돈을 내느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선박투자회사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성이 관건인데, 최근 시황을 감안할때 선뜻 나서려는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머릿속에는 자산관리공사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들이 들어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지원·부실채권 매입 등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춰온 이들에게는 자금 여력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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