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병 투척자 특정 못하고 종결
철거민 5명 사망 불구 경찰 책임 묻지 않아
용역업체 물포 '뒷북' 수사 비난
검찰은 '용산 참사' 이후 20일만에 화염병이 화재의 원인이 됐고, 경찰의 과잉진압은 없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9일 발표했다.
그러나 화재의 원인이 된 화염병을 던진 농성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용역회사 직원이 참사 전날 물포를 쐈다는 자료를 확보하고도 이를 간과한 점, 그리고 경찰에게는 도의적 책임도 물지 않은 점 등에서 검찰의 '편파ㆍ부실수사'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화염병 투척자 밝히지 못해 =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참사 당시 망루 내부에 시너 등 인화물질이 뿌려져 있었고, 비축된 인화물질 양도 상당했다는 점 등에 비춰 농성자가 경찰에 저항하기 위해 불을 붙여 놨던 화염병이 화재의 원인이 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실험결과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망루에 끝까지 남아 있었던 14명중 누가 화염병을 던졌는지는 밝혀내지 못해 수사의 허점으로 남게 됐다.
특히 이는 치사와 같은 중한 범죄의 책임을 불특정된 공범에게 지울 수 있느냐를 놓고 법리 공방이 벌어질 여지가 많아 재판과정에서도 상당히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성자 5명 사망.."경찰 책임 없다" = 검찰은 경찰 특공대 투입을 최종 승인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서면조사 등 경찰 지휘계통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검찰은 적법한 지휘계통을 통해 경찰 특공대의 작전이 결정됐고, 진압 작전시 경찰의 폭행 같은 불법 행위는 없는 것으로 판단, 김 청장을 비롯한 경찰에게는 형사적인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 특공대가 화재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시너 등의 소진을 기다리지 않고 점거 농성 하루 만에 투입됐다는 데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데 대한 비난 여론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농성자들에게는 사망한 1명의 경찰관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물으면서, 5명이 사망한 농성자의 죽음에 대한 경찰의 형사 책임은 묻지 않았다는 게 철거민들의 주장이다.
◆용역업체 물포 '뒷북수사' 논란 = 또한 용역업체 직원의 물포 발사에 대한 '뒷북수사'는 검찰도 인정했다.
검찰은 최근 제기된 용역직원의 물대포 발사 의혹에 대해 "이미 확보한 자료였는데 (진압 당일인) 20일 상황에만 집중하느라 못 봤다"고 사실상 수사미비를 인정했다.
검찰은 지난 3일 MBC 'PD수첩'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처음 봤다. 우리 자료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경찰청 및 경찰특공대 압수수색에서 자료를 확보한 사실을 뒤늦게 실토한 셈이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는 용산참사 일부 유가족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검찰이 편파수사를 했다며 농성을 벌였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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