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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돈 주앙’의 매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모든 남자들은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이 돈주앙이라고 믿는 남자들, 자신이 돈주앙이었다고 믿는 남자들, 그리고 자신은 돈주앙이 될 수 있었지만 다만 원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하는 남자들.” -호세 오르테가 이가세트 ‘사랑에 관한 연구 中에서

희대의 바람둥이 돈주앙, 처음에 돈주앙이 뮤지컬로 탄생했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했다. ‘그래 뭐 또 여느 카사노바 얘기 같은 걸 음악이랑 어울려서 꾸며냈겠지. 춤과 음악에 치중해 화려하기만 하고 내용은 별 볼일 없는 뮤지컬이겠지...’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춤으로 시작해 춤으로 끝나 공연 자체가 신나고 흥겨웁기만 했던 ‘○○밤의 열기’ ‘그○스’가 몹시 실망스러웠던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 온 돈주앙은 달랐다. 배우들의 실력 뿐만 아니라 음악, 무대, 조명, 춤까지 흠 잡을 곳을 찾지 못했다. 극이 시작되는 두 시간동안 무대와 관객은 하나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돈 주앙=카사노바?’=우선 뮤지컬에 대해 감상하기 전에 돈 주앙과 카사노바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것도 재밌겠다.

돈주앙과 카사노바는 서구의 상상력이 낳은 두 명의 위대한 바람둥이들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정반대되는 두개의 다른 세계에서 태어났다. 돈주앙은 고전주의 스페인에서 , 카사노바는 낭만주의 베니스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돈주앙이 부유한 귀족인데 반해, 카사노바는 가난한 천민 출신이라는 점도 다르다.

";$size="212,320,0";$no="2009020900410050424_4.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하지만 여자를 좋아했던 점. 여자를 정복하고 싶어했던 점은 너무도 닮았다.

뮤지컬 ‘돈주앙’은 오리지널 또는 로컬화된 극이 아닌 라이선스 공연이다. 한때 라이선스 뮤지컬은 오리지널 공연에 비해 ‘품격이 떨어진다(?)’ 등의 이유로 관심을 덜 받기도 했다. 하지만 돈주앙은 달랐다. 만약 오리지널 공연이었다면 우리나라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데 성공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

강태을, 안유진 등 국내 배우들의 매력과 성숙한 연기, 음악성, 그리고 한국어 가사를 통해 갖게되는 친밀함에 더해 ‘뮤지컬 노트르담드 파리’를 연출했던 질 마으, 무대 디자이너 기욤 로르, 조명 디자이너 악셀 모르젠탈러, 예술 감독 웨인 폭스 등 세계최고의 제작진이 섬세한 조화를 이뤘다.

▲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한국 관객들의 손뼉을 치게하다’=물론 이들은 정말 훌륭했다. 하지만 이번 뮤지컬에서 가장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은 15명의 오리지널 스페인 플라밍고팀이 아닐까 한다.

‘열정의 나라 스페인’을 다시 한번 떠올려주며 이들은 현란한 플라멩코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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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리지널 DVD와 2006년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 관객과 조우했던 전과(?)가 있지만 이번에도 역시 현기증이 날 정도로 현란하게 때로는 관능적인 무대를 이끌어내며 ‘무뚝뚝하기 그지 없고 박수에 인색한’ 우리나라 관객들이 손뼉을 마주치게 만들고 말았다.

매혹적인 집시 여인 ‘마리아 로페즈’와 남성 리드 댄서인 ‘리카르도 로페즈’를 비롯, 무대를 압도하는 무용수들의 대담한 손뼉치기와 발 구름 동작들은 2시간 내내 관객들의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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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막의 ‘산다는 것(Vivir)'와 돈 주앙과 그와 결투를 벌이고 마는 라파엘의 목숨을 건 결투 전 펼쳐지는 2막의 ’슬픔에 잠긴 안달루시아(Tristea Andalucia)에서 펼쳐지는 플라멩코 군무는 이번 공연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예술적 조명의 극치 그리고 조화=극중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이 조명이다. 바닥에 떨어지는 세찬 빗방울을 조명으로 연출하는 등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조명이 관객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최고의 댄서들이 펼치는 환상의 플라멩코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섬세한 조명연출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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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 작품은 원작의 시적인 가사를 성공적으로 한국어로 녹여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음악 중 앞서 얘기한 ‘산다는 것’과 ‘여자’의 후렴구, 2막의 ‘슬픔에 잠긴 안달루시아’는 원작자의 요청에 따라 스페인어로 진행됐다. 한국어로 부르다 스페인어로 부르는 것이 극에 혼란을 줄 수 있는데도 불구, 너무나 조화로웠다는 점에 감탄이 나올 정도.

“산다는 것...당신의 사랑없인 죽을 것 같아요. 난 살아갈 수 없어요”

제1막 13장에서 집시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 이들은 돈 주앙에게 버림받거나 돈 주앙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힘들어하는 모든 인물들의 심경을 열정적인 스페인풍의 노래로 표현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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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앙은 그토록 무시하던 사랑에 죽는다’=돈주앙은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태어난 남자다. 그의 머리와 혀, 심장과 손가락은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주앙은 유혹의 쾌락을 위해 스스로의 의지만을 믿었다. 친구도 속이고 아버지의 만류도 듣지않고 심지어 왕의 명령조차도 그의 욕망을 잠재울 수 없었다.

어느날 밤 돈 주앙은 존경받는 기사의 딸을 유혹하고 기사와 결투를 벌여 그를 죽이고 만다. 육체적인 기쁨만을 좇아 방탕하게 살아 온 돈 주앙에게 죽은 기사의 저주가 내려지는데 그 저주는 다름아닌 ‘사랑’이었다. 그는 조각가 마리아와 생애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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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리아만 바라보며 전쟁터에서 살아온 군인이자 마리아의 약혼자인 라파엘은 돈 주앙과 결투를 벌이게 된다.

결투 도중 돈주앙은 머리를 꼿꼿하게 쳐들고 비탄과 회환, 그리고 분노의 합창에 정면 대결하면서 칼을 구부려 가슴에 갖다댄다. 마리아와의 관계를 통해 그는 그 순간,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수많은 잘못에 대해 스스로 용서받을 수 없었다고 느꼈던 것일까.

아쉬웠던 점은 돈주앙이 결투를 받아들이기 전 고뇌가 잘 전달이 안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가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간절한 이유, 바로 다름아닌 '사랑'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웠다.

‘돈 주앙..’ 그 어떤 사람이 당신과 함께 하기를 바라지 않을까. 매혹의 뮤지컬 ‘돈 주앙’의 유혹에 무심코 빠져보자.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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