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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다시 내려라" 민원 폭주

휘발유값 올초보다 12% 올라.. 정부 세수감소 우려 '부정적'

직장인 K는 4일 퇴근길에 서울 시내에서 가장 싸다는 주유소를 수소문한 끝에 겨우 리터(ℓ)당 1414원인 휘발유를 찾았다. 발품을 팔기는 했지만 시내 일부 주유소의 경우 이미 리터당 1700원대를 훌쩍 넘은 것에 비하면 남는 장사다. K씨에게 경기침체로 국제유가가 연일 내린다는 뉴스는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휘발유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주유소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값은 올 초 리터당 1298.89원에서 4일 1452.42원으로 153.53원(12%)이나 올랐다.

이 같은 휘발유 급등은 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연동되는데 최근 아시아지역의 휘발유 수요가 공급량을 넘어서면서 휘발유 값이 비정상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중동 산유국은 물론 중국내 정유공장들이 가동률을 줄이고 수입량을 늘이면서 아시아지역 공급이 부족해졌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정유사들이 정제시설 개보수를 앞두고 있는 것도 휘발유 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가격이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경유 값을 추월했다.

이처럼 국내 휘발유 값이 폭등세를 보임에 따라 지난해 한시적으로 시행한 유류세 인하 등의 조치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여당인 한나라당엔 "기름값 상승은 정부가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작년 말로 끝나면서 세금이 다시 높아진 탓이 크다"는 이유에서 '유류세 재인하'를 요구하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기름값이 오르면 결국 물가불안을 가중시켜 지금도 하루하루가 힘든 서민들의 고통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유류세 인하조치가 세수감소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한나라당 정책위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유류세를 일괄 10% 인하했을 때도 물가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지금 유류세를 다시 내리자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유류세 10% 인하 조치'가 시행된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로 최근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현재 휘발유 1리터에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 514원에 교육세 77.1원(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의 15%), 주행세 154.2원(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의 30%)과 세전 가격에 이들 세금을 합한 금액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물리고 있다. 즉, 세전 가격이 오르든 말든 리터당 745.3원의 세금이 그대로 붙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세금 구조 하에선 유가 등락에 비해 소비자 판매가의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또한 "유류세 재인하는 검토한 바도 없고 아직 고려할 단계도 아니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작년에 유류세를 내린 건 국제적인 고유가 상황에 따른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차원이었는데 지금 휘발유 값은 지난해 최고가 대비 25% 정도 떨어진 수준"이라며 "최근의 기름 값 폭등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유류세 인하로 가뜩이나 부족한 세수에 구멍을 뚫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유류세 총 수입은 25조5000억원. 이를 10%만 낮춰도 연간 2조5000억원 가량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잖아도 경기불황이 심화되면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유류세를 다시 낮추기는 어려운 형편이란 얘기다.

아울러 유류세 자체가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제품의 수요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점 또한 유류세 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손현진 기자 everwhit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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