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죄'…美 난임클리닉 테러 공범 한인 남성 체포

지난달 팜스프링스 차량 테러 공모
검찰 "극단적인 반(反)출생주의자"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의 한 난임 클리닉에서 일어난 차량 폭발 테러 사건의 공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 검찰청은 워싱턴주 켄트 출신의 남성 대니얼 종연 박씨를 지난달 범행을 저지르고 숨진 폭탄 테러범에게 폭탄 원료 등 물적 지원을 제공하고 도운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7일 캘리포니아주 출신 가이 에드워드 바트커스씨와 함께 팜스프링스에 있는 난임 클리닉을 폭파하려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차량 폭발 테러로 파손된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의 난임 클리닉. AFP 연합뉴스

바트커스는 사건 당일 폭발물을 실은 자신의 차량을 난임 클리닉 건물 앞에서 폭발시켜 건물 일부를 파손시키고 인근에 있던 사람 4명을 다치게 했다. 그는 현장에서 숨졌다. 당시 주말이라 난임 클리닉이 문을 열지 않아 병원 직원이나 환자의 피해는 없었다. 뉴욕포스트 등 미 매체는 박씨가 미국 시민이라고 전했다. 그의 성과 '종연'이라는 중간 이름으로 볼 때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바트커스와 박씨는 극단적인 '반(反)출생주의'를 공유하는 온라인 모임에서 알게 됐다. 박씨는 2022년 10월부터 폭발 위험이 높은 물질인 질산암모늄을 대량 구매한 뒤 지난 1월 바트커스의 집으로 질산암모늄 81.7㎏을 보냈다. 이후 박씨는 바트커스의 집으로 찾아가 함께 지내며 폭발물을 만들고 실험했다. 바트커스의 방과 차고에서는 수제 폭탄 제조에 사용하는 상당량의 화학 물질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박씨가 집에서 인공지능(AI) 챗봇을 이용해 강력한 폭발물을 만드는 방법을 검색한 기록이 있다고 했다.

난임클리닉 테러 공범 대니얼 종연 박(32). FBI

바트커스가 범행한 날로부터 4일 뒤 박씨는 덴마크를 거쳐 폴란드로 도주했다. 지난달 30일 폴란드에서 현지 당국에 붙잡힌 박씨는 전날 밤 뉴욕으로 송환돼 공항에서 체포됐다. 박씨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본디 장관은 "여성들과 모성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시설에 폭력을 가한 것은 우리 인류의 중심을 공격하는 매우 잔인하고 역겨운 범죄"라며 "우리는 그를 법의 최대한도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공소장을 인용해 박씨가 2016년에 반출생주의를 긍정적으로 소개하며 이 이념에 동조할 사람을 모집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고 보도했다. 반출생주의란 인간의 출산과 인구 증가에 반대하는 믿음이다. 박씨의 가족은 그가 고등학교 때부터 반출생주의뿐 아니라 죽음을 지지하는(pro-mortalist) 신념도 갖고 있었다고 수사 당국에 진술했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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