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삼성전자가 2㎚(1㎚=10억분의 1m) 선단공정이 적용되는 첫 작품으로 차세대 모바일 칩셋 '엑시노스(Exynos) 2600'을 선택했다. 엑시노스 2600을 오는 11월부터 양산하기로 한 것이다. 제품의 양산 시점이 확정됐다는 건 2㎚ 공정에서 안정적으로 수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모바일 칩셋 엑시노스(Exynos). 삼성전자
삼성전자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10일 "내부적으로 엑시노스 2600 양산 시점을 올해 11월로 확정하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수율도 상당 수준 올라온 상태로 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시제품 생산에서 30% 안팎의 수율을 확보했고 최근 50% 수준에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엑시노스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반도체로, 삼성전자 비(非)메모리 사업부가 개발·생산하고 있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구조다.
엑시노스 2600에 적용되는 SF2 공정은 파운드리 사업부가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2㎚ 공정이다. 3㎚ 때와 마찬가지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활용한다. 3㎚ 대비 성능은 12%, 전력 효율은 25% 향상하면서도 면적은 5%가량 줄어든다.
앞서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 직후 임직원에게 보낸 첫 메시지를 통해 2㎚ 공정의 '빠른 램프업(양산 초기 생산량 확대)'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엑시노스 2600 양산 일정이 확정된 건 그 목표가 가시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엑시노스 2600은 2㎚ 공정을 활용한 첫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개발한 엑시노스 2500에는 3㎚ 공정이 활용됐는데, 파운드리에서 3㎚ 수율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해당 칩도 갤럭시 S25에 탑재되지 못했다. 대신 경쟁사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8이 전량 채택됐다.
다만 삼성전자가 2㎚ 공정 수율을 50% 가까이 끌어 올려도 대만 TSMC와의 격차는 여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TSMC는 올해 초 2㎚ 초기 수율이 60%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최우선 목표는 내년 1분기 출시될 갤럭시 S26 모델에 엑시노스 2600을 탑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엑시노스 2600 공정 개선을 위한 전담팀까지 구성했다. 삼성은 2011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브랜드로 엑시노스를 출시했지만, 이후로도 꾸준히 퀄컴의 AP를 병용하거나 전량 채용했다. 글로벌 AP 시장을 선도하는 퀄컴이 해마다 가격을 15~20% 인상하는 점을 고려하면 'AP 자립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 2600은 5월 중 시제품 테스트에 들어가고 하반기에 갤럭시 S26 탑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올해 모바일 칩셋에서 성능을 극대화한 뒤 내년에는 고성능컴퓨팅(HPC)용 특수 노드를 추가하고 2027년 1.4㎚ 양산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