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에 '게시 불가' 판정을 내리면서 현수막 게첩 판단 기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23일 오후 5시 회의를 열고 '이재명 현수막' 게시를 허용할지 다시 논의한다. 앞서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정연욱도 내란공범이다.'라고 적힌 조국혁신당 차원의 현수막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하는 현수막을 내걸고자 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지난 19일 선관위로부터 게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그는 "이현령비현령, 이중잣대 선관위"라고 비판했다. '이현령비현령'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선관위의 법 적용이 일관되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선관위는 정 의원 외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에 동조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제한하지 않았다. 배준영·윤상현 의원의 이름이 명기된 비판 현수막은 지금도 각 지역구에 걸려 있다. 편파성 논란이 불거지자 선관위는 이날 재논의를 결정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선관위가 우리 당 의원을 내란공범이라고 표현한 현수막 게시는 허용하고,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문구에는 게시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은 그 자체로 매우 편파적이고 정략적인 행태라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선관위가 이 대표 관련 현수막 게시를 불허한 이유는 '조기 대통령 선거(대선)'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 출마가 유력한 이 대표를 낙선시킬 목적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관련 법령인 공직선거법 90조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현수막 게시를 금지하고 있다. 같은 법 254조는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규제한다. 조기 대선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치러질 예정인데, 선관위는 이를 전제로 사전 선거운동 해당 여부를 판단한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이 대표 이름이 들어가는 표현을 하더라도 (내용이) 선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