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위 대박나도 문제'…'비만약 세계 1위' 기업 인력 싹쓸이에 '눈물'

노보노디스크發 인력난에 덴마크 기업 '골머리'
과학자·목수·정비사 등 여러 직군 채용 이어져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이자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 생산 업체인 노보노디스크가 자국인 덴마크 인력을 싹쓸이하면서 고향 기업들에게서 볼멘소리를 듣고 있다. 덴마크를 넘어 유럽 경제를 이끄는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부딪혀 덴마크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노보노디스크가 덴마크 경제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고 있으나 다른 덴마크 기업들은 직원을 고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2조5600억크로네(17일 기준·약 518조5000억원)로 유럽 증시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덴마크의 경제성장률(GDP)은 2.5%인데 그중 절반 정도를 노보노디스크가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보노디스크는 인구 600만이 채 되지 않는 덴마크에서만 올해 9월 기준 3만2000명가량의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3년 이내에 직원 수는 75% 증가했다. 제약사로 과학자 등을 채용할 뿐만 아니라 신공장 건설에 필요한 현장직 노동자, 배관공, 목수, 정비사, 군인 등 다양한 직군의 직원을 끊임없이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노보노디스크가 최근 쏟아지는 주문에 발맞춰 생산량을 늘리고자 덴마크 내에 80억달러(약 11조5000억원) 이상을 들여 투자를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노보노디스크는 1969년 덴마크 칼룬드보르그에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최근 들어 칼룬드보르그와 힐레뢰드의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으며, 12억달러를 투입해 오덴세에 생산시설과 창고를 새로 짓고 있다.

블룸버그는 "과거에는 인력을 놓고 업계 내에서 경쟁이 벌어졌다면, 지금은 대형 다국적 기업인 노보노디스크와 그 외 기업들 간에 벌어지고 있다"며 "일부 회사는 생산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덴마크 내부에서는 노보노디스크의 공급망 내에 있는 다른 덴마크 기업들이 수혜를 보고 있지만, 동시에 직원을 구하지 못해 일감을 못 받는 상황까지 벌어져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난 문제가 불거지자 노보노디스크도 다른 기업보다 급여를 20% 더 지급키로 하는 등 각종 방안을 활용해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보노디스크 측은 관련 당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덴마크 생명과학 산업 전체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덴마크 내에서 과하게 인력을 확보하는 대신 중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 인력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덴마크 은행인 단스크방크의 크리스틴 툭센 중소기업 담당은 "강력한 기업 하나가 존재하는 건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봤을 때 한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해 취약성이 커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노보노디스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높은 급여와 복지, 보너스를 제공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덩달아 직원에게 지급하는 혜택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엄격한 이민 정책을 펼치는 덴마크에서 이러한 인력 부족 문제는 정치 이슈로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덴마크 정부가 나서서 외국인 노동력이 자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등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기획취재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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