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희기자
지난달 31일부터 퇴직연금 갈아타기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금융사 간 4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한 고객 유치 경쟁이 뜨겁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 상품이 어떤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 데다, 왜 갈아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모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갈아타기가 가능한 상품유형부터 갈아탈 때 고려해야 할 점 등에 대해 정리해봤다.
퇴직연금 실물이전(갈아타기)은 종래에 보유하고 있는 상품을 그대로 다른 금융사 계좌로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은 퇴직연금 계좌를 바꾸려면 기존 상품을 해지하거나 만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 과정은 번거로울 뿐 아니라 만기 이전에 해지할 경우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실물이전 서비스로 가입자들이 더 나은 수익률,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게 금융사를 옮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퇴직연금 갈아타기가 가능해졌지만, 그 전에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퇴직연금 상품 유형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가능한 상품유형은 예금, 파생결합사채(ELB),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 등이다. 여전히 리츠나 머니마켓펀드(MMF), 주가연계증권(ELS) 등은 지금처럼 현금화해서 이전해야 한다.
퇴직연금 운용 상품의 특성과 계약에 따라 실물이전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금융사가 고객의 별도 지시없이 운용하는 디폴트옵션 상품이나 퇴직연금을 보험으로 계약한 경우, 사용자가 운용관리와 자산관리를 각각 다른 사업자로 지정한 계약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즉,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영제도), 리츠, 보험 등은 실물이전이 불가능하다.
또 동일제도 내에서만 이전이 가능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이중 개인이 갈아탈 수 있는 유형은 DC형과 IRP형인데 DC형은 DC형으로만, IRP형은 IRP형으로만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DC형 계좌를 옮기려면 회사에서 지정한 퇴직연금 사업자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그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변경할 수 있는 시기도 회사마다 다르다. 통상 1년에 1~2회 정해진 기간에 사업자를 바꿀 수 있다. 반면 IRP 가입자는 언제든 원할 때 퇴직연금을 갈아탈 수 있다.
갈아타기가 가능한 퇴직연금이라 하더라도 이전하고자 하는 금융사에서 동일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DC형에서 IRP로의 실물이전 등 이번에 이전 범위에 포함되지 못한 상품에 대해서도 갈아타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퇴직연금을 이전하고자 하는 퇴직연금 가입자는 새롭게 계좌를 옮기고자 하는 퇴직연금사업자(수관회사)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이후 이전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계약 이전 신청을 받은 사업자는 실물이전이 가능한 상품목록 등 유의사항을 가입자에게 안내하고, 이전 여부에 대한 최종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전이 실행된 뒤에는 문자메시지 등으로 결과가 통지된다.
향후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가입자의 편의를 위해 보유한 상품의 실물이전 가능 여부를 조회할 수 있는 '사전 조회 기능'을 공개할 예정이다.
퇴직연금 갈아타기를 마음먹었다면 갈아탈 금융사를 선택하는 데 있어 수수료도 선택기준이 될 수 있다. 통상 퇴직연금 수수료율은 적게는 0에서 많게는 1%까지 다양한데, IRP의 경우 금융회사별로 퇴직연금 수수료율은 0~0.45% 수준으로 편차가 큰 편이다. 만약 IRP 계좌에 1억원이 있다면 금융사에 따라 수수료가 0원에서 45만원까지 다양하다는 얘기다.
통상 수수료는 은행이 가장 비싸고, 증권사가 가장 저렴하다. 일부 증권사는 비대면 채널로 IRP를 개설할 경우 수수료가 무료인 곳도 있다. 또 증권사의 경우 취급하는 상품도 다양하다.
반면 은행은 대면 채널(영업창구) 접근성이 좋아 상담받기에 유리하다. 또 IRP 계좌가 있으면 대출금리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은행 중 우리은행이 유일하게 비대면 계좌 수수료가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