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부정 선거 논란에 휩싸인 7·28 베네수엘라 대선에 대해 당시 야권 후보였던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진정한 승자라는 입장을 내놨다. 현지에선 2019년 대선 이후 빚어진 '한 지붕 두 대통령'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베네수엘라 국민은 7월28일 압도적인 지지로 에드문도 곤살레스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만들었다"며 "민주주의에서 유권자의 뜻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미국이 곤살레스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명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마두로 정권의 체포 위협을 피해 스페인으로 망명한 곤살레스는 이날 엑스에 "모든 베네수엘라 주민들의 주권적 의지를 인정해준 점에 대해 (미국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앞서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2차례 득표율 공개를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3선)을 선언했다. 야권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득표율 67% 대 30%로 곤살레스가 승리했다는 자체 집계 결과를 공개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이에 현지에서는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반전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역시 마두로 정권에 개표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해 왔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역내 일부 국가는 아예 마두로 대통령의 선거 패배를 기정사실로 하기도 했다.
그러나 '철옹성' 같은 마두로 정권을 전복시키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마두로 정권은 여대야소 의회를 등에 업은 채 공권력을 바탕으로 개표 부정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구금하는 등 '철권'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벌어진 '한 지붕 두 대통령' 사태가 다시 한번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야당의 불참 속에 2018년 '반쪽 대선'을 치르며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당시 '여소야대'였던 베네수엘라 국회는 2019년 1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세웠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내부분열로 투쟁 동력은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과이도는 2022년 불명예 퇴진했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은 이달 초 TV 생방송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에게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우리에게 좋지 않았지만 이젠 새로운 시작"이라며 향후 양국 관계를 '윈윈'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을 제안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재임 시절 마두로 정권을 '불법 정권'으로 규정하고 석유 산업 제재를 통해 돈줄을 옥죈 바 있다. 마두로 대통령의 3선 임기는 내년 1월 10일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