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민기자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를 영업 중인 NH농협은행이 전국 영업점에 대한 대규모 통폐합에 나선다. 수도권이 가장 많이 통폐합되면서 영업점의 규모화 및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게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다만 인구감소지역도 포함돼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다음 달 13일과 31일에 걸쳐 38개 영업점(출장소 4개 포함)을 폐쇄하고 인근 영업점과 통합한다. 이는 올해 가장 많은 점포를 폐쇄한 우리은행(36개)보다 많은 숫자다. 올해 들어 출장소 3개와 지점 1개를 신설하고 지점 2개를 폐쇄하며 지난해 말 1100개에서 1102개로 늘어났던 점포 수가 처음으로 줄어들게 됐다.
특히 수도권 점포를 가장 많이 줄인다. 서울의 경우 8곳(청계·사당동·위례중앙·한남동·노원역·개롱역지점·북아현출장소)을, 경기 지역은 6곳(부천신흥·죽전보정·가능역·남천·성남하이테크밸리지점·광교금융센터)을 폐쇄한다. 뒤이어 부산(부산·당감동·명륜역지점)도 3곳을 없앤다. 수도권 통폐합의 경우 점포 대형화를 통한 수익창출을 노린다는 게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근거리에 있는 영업점의 규모화 및 효율화를 통해 더욱 양질의 대고객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며 “미래핵심사업인 기업금융·자산관리(WM) 등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는 조직 및 인력구조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도 올해 들어 점포 대형화를 추진 중이다. 다음 달 9일 신한은행은 양재동금융센터 등 5개 점포를 기업과 개인금융을 포괄하는 통합 점포로 개편한다. 올해 들어 신한은행은 이런 대형 점포를 17개 만들었다. 같은 건물에 있되 따로 운영되던 점포를 통합해 고객 편의를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우리은행은 센트럴시티·홍익대·동역삼동 지점 등 서울에서만 19개 점포를 폐쇄한 바 있다.
다만 이번 통폐합 대상에는 인구감소지역이나 관심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8개 점포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인구감소지역 점포(충북 제천·충남 보령·경북 영주 각 1개씩)도 포함됐다. 인구감소지역이란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시·군·구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이다. 제천과 보령의 경우 각 시청 출장소를 제외하면 농협은행 점포가 시내에 한 곳만 남게 된다. 인구감소 관심지역(광주 동구·부산 중구·경남 통영·강원 강릉·대전 중구 각 1개씩) 점포도 줄인다. 디지털금융이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이고 있지만, 지방의 경우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이 많은 만큼 이들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해당 지역들의 일부 통합영업점은(경남 통영·강원 강릉) 기존 점포에서 각각 도보로 3.2㎞·2㎞ 떨어져 있다. 농협은행은 “인구감소지역에도 지점이 2개 이상 있는 경우가 많아 접근성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88곳에 영업점을 두는 등 지역 점포를 최대한 유지하던 농협은행이 통폐합에 나선 이유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방 점포를 운영하며 소요되는 인건비나 임대료 등이 점포 운영을 통해 거두는 이익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이런 흐름을 감지한 금융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인구 소멸 지역이라든지 지방의 은행 점포들이 사라지고 금융 접근성이 낮아진다고 하는 우려와 지적이 있다”며 우체국을 은행 대리점으로 활용하는 등 전향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비공개 은행장 간담회에서 점포 통폐합에 따른 금융 접근성 문제를 다루며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 점포 TF’를 운영하기로 했다. 여러 은행이 함께 운영하는 공동점포, 인공지능(AI) 점포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