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구미가 당긴다'

'2024 구미라면축제' 구미서 1~3일 개최
라면 통해 지역산업 육성 목표로 기획
농심, 지역사회 상생 기치로 공식 후원사 참여

"제가 지역축제 마니아여서 라면축제도 한번 살펴보러 왔습니다. 처음보는 색다른 라면이 많아서 멀리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달려온 보람이 있습니다."

'2024 구미라면축제'에서 방문객들이 나만의 라면을 만들고 있다.[사진=구은모 기자]

지난 1일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에서 만난 이소진씨는 "라면이 무한 확장이 가능한 음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역축제들은 오가며 바람도 쐬고 소소하게 즐길 거리가 있어 기회가 되면 찾아다니는 편" 이라며 "오늘은 남자친구에게 신기한 라면이 있으면 먹어보자고 제안해 함께 오게 됐는데 기대에 부응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함께 온 정승현 씨도 "평소에 라면은 즐겨 먹는데 무슨 축제까지 가느냐는 생각으로 오긴 했다. 예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다"며 "갓 튀긴 라면을 샀는데 얼른 집에 가서 기존 라면이랑 비교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에선 구미공장에서 당일 튀겨낸 라면을 판매하는데, 이날도 갓 생산된 라면을 구매하고 택배를 접수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높은 인기를 보였다.

'2024 구미라면축제'에서 당일 생산된 라면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사진=구은모 기자]

전날 막을 올린 구미라면축제는 구미시가 국내 최대라면 생산공장인 농심 구미공장을 품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한 지역의 대표 축제로 올해로 3년 차를 맞았다.

올해는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이라는 콘셉트로 구미역 앞에 475m 길이의 라면 거리를 조성해 도심 곳곳을 축제 장소로 운영한다. 이번 축제는 오는 3일까지 구미 역전로 일원에서 사흘간 진행된다.

이번 축제를 주최·주관한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날 "지방의 많은 지방 도시의 구도심은 대개 쇠퇴하고 공동화 현상을 보인다"며 "구미라면축제는 도심 속에서 인근 상권 부흥 등을 목표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약 9만명가량이 축제에 방문했고, 올해는 더욱 내실 있는 프로그램과 적극적인 홍보로 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지역을 넘어 국제적인 면 축제로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은 비가 흩날리는 다소 궂은 날씨였지만 축제를 찾은 방문객들로 꽤나 붐볐다. 행사장 입구를 지나 축제 현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건 나만의 라면을 만들어볼 수 있는 '구미라면공작소' 부스였다.

부스에 들어서면 투명한 라면 패키지가 하나씩 제공되는데, 참가자들은 사뭇 진지하게 저마다의 공정에 돌입하는 모습이었다. 패키지에 사리면을 담은 뒤 수프 4종 중 하나를 고른 다음 튀긴 감자, 건 청경채, 컬미역 등 16가지가 마련된 토핑 재료를 골라 담으면 완성된다. 이후 밀봉하고 제공된 끈을 엮으면 라면 가방이 완성되는데, 행사장 곳곳에선 자신만의 라면을 목에 걸고 다니는 방문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2024 구미라면축제' 라면 레스토랑에서 방문객들이 다양한 라면을 시식하고 있다.[사진=구은모 기자]

라면공작소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축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라면 레스토랑 거리가 펼쳐진다. 이번 행사에는 총 24곳의 라면 맛집이 참가했는데, 구미 대표 맛집 15곳을 비롯해 전국 이색맛집, 대만·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 등 4개국의 아시안 누들까지 맛볼 수 있었다. 키오스크로 주문과 결제가 이뤄지고, 번호 호출 시스템을 구축해 주문 음식 제공과 매출 데이터 관리 등 운영이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이뤄졌다.

구미라면축제를 기획한 윤성진 축제기획단장은 "구미라면축제의 목표는 구미에 가면 맛있는 라면집이 많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라며 "축제에서 방문객들의 검증을 통해 상설화된 라면 맛집을 많이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라면은 K-푸드의 핵심 콘텐츠로 라면을 통해 지역산업을 육성하고 국내 식품산업까지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4 구미라면축제'에 레트로풍으로 마련된 '뉴-타운 라면 빠'

이번 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만큼 지역 청년들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행사장 가장 안쪽에는 '뉴-타운 라면 빠'라는 간판을 걸고 뉴트로풍의 문화공간이 조성돼 있었는데, 이곳은 선산주조 등 지역 주류업체와 청년라면 랩 등이 참여해 술과 안주를 판매하는 부스로 꾸며졌다. 라면 빠에 참여한 구미대 호텔조리학과 '조리이야기'의 남궁우혁 회장은 "불맛 닭구이 등 자체 개발한 메뉴로 9명이 의기투합해 참가하게 됐다"며 "일 매출 500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역사회와 상생을 기치로 내걸고 이번 축제에 공식 협찬사로 참여한 농심의 부스도 라면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국내 대표라면기업’을 주제로 한 팝업스토어에는 포토존과 무인 로봇 푸드트럭 등을 설치 방문객들이 라면을 직접 보고 즐기며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시대별 농심 라면 패키지를 전시해 라면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공간 등도 선보였다.

농심 관계자는 "구미라면축제는 지자체와 기업 간 모범적인 협력사례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문화행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라면을 주제로 하는 구미시 대표 지역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완도 다시마 구매, 국내 청년농부 및 양봉농가 지원 등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협업으로 농심과 국민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1990년 설립된 농심 구미공장은 국내 '신라면' 생산량의 약 75% 이상을 차지하는 농심 라면 생산의 심장 같은 곳이다. 자동화 시스템과 고속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분당 약 600개에 달하는 신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라면과 스낵 등 총 42종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구미공장은 1991년 9월 가동을 시작해 1999년 8월 현재의 인텔리전트 공장으로 변모했다. 구미공장은 전 과정이 자동화돼 운영되고 있으며, 위생절차 준수, 면·수프 모양, 포장불랑, 수량 부족, 소비기한 표시 검사를 포함해 총 5개의 AI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팩토리다.

농심 구미공장에서 '신라면'이 생산되고 있다.[사진제공=농심]

유통경제부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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