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정부는 29조6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세수결손 대책을 내놨다. 구멍난 나라살림을 메우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 등 각종 기금과 특별회계에서 이른바 '가용재원'을 활용하고, 지방에 보내야 할 재원을 줄이고, 예산 불용(不用, 예산을 집행하지 않음) 등을 통해 모자란 돈을 벌충하겠다는 것이다. 기금·특별회계 등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규모는 14조∼16조원 수준이다. 지방 정부 등에 보내기로 했던 지방교부세·교부금을 6조5000억원 줄일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발생했다는 설명이 붙긴 하지만 당초 정해진 예산 가운데 7조~9조원가량이 덜 집행되는 불용도 부족한 나라살림 대책에 포함됐다. 예산과 세법 전문가인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같은 정부의 대책에 대해 "재정건전성보다 재정건전성 '지표'만 신경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수결손은 정부의 대책이 아닌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국회의 심사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의 세수결손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대한민국 예산서를 믿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예측 가능성이 어마어마하게 떨어지게 됐다. 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것 아닌가. 본예산으로 확정한 교부세는 물론 '불용'을 활용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예산서에 있는 모든 예산을 지출할지, 임의로 얼마나 덜 지출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10억원 쓰겠다고 해 그런 줄 알았던 예산이 5억원은 불용하고 5억원만 쓰는 것으로 바뀌는 식인데, 정부 예산을 믿을 수 있을까.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6조5000억원 줄었다.
지방재정에서는 재정평탄화가 중요하다. 2022년 초과 세수 발생했을 때 바로 줬는데, 그때에도 그해에 안 줬다면 2023년이나 2024년 세수 결손 때 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나. 마찬가지로 지난해 올해 세수 결손을 내년과 내후년 (교부세 등에) 반영하면, (지방재정이) 갑자기 차가운 물 틀었다 뜨거운 물 틀었다 하는 상황은 피했을 수 있었다. 더욱이 국회에서 정한 교부세를 추가경정예산도 없이 안 주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외국환평형기금이나 주택도시기금의 가용 재원도 활용한다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외평기금 총자산이 200조원이 넘는다고 하는 데 총자산보다는 유동자산이 중요하다. 비유동자산을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2022년 기준으로 유동자산이 111조원에서 이미 올해 69조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5조원 정도를 줄이면 65조원으로 줄어든다. 외평기금 규모가 얼마나 적절한지는 아무도 답을 못한다. 하지만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세수결손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추경을 해야 한다. 세수 감액추경이라는 것은 국채 발행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방교부세만 놓고 보면 올해 줄이나 내후년에 줄이나 줘야 할 돈은 어차피 똑같다. 지금 국채를 발행하려 하지 않는 것은 그냥 재정건전성이 아니라 재정건전성을 위한 지표만을 위한 것이다. 국채를 올해 발행하나 내년에 발행하나 그 차이만 있는데, 이는 올해 교부세를 줄일지 내년 교부세를 줄일지 문제와 이어져 있다. (올해 국채를 발행해 교부세 줄 거 주고) 내년 이후에 이를 반영해 교부세를 줄이면 내년, 후년도 국채 발행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올해 교부세를 줄이면 (즉, 국채를 발행 안 하면) 내후년에 국채 발행이 더 늘어난다. 결국 국채 발행은 똑같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거듭 말한다.
외국에서는 재정건선성을 말하는 대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말한다. 재정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예측이 가능해야 하고 재정의 평탄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가치가 무너지면 재정 건전성이나 지속 가능성 모두 무너진다. (중기적으로 보면) 국채 발행량은 같은데 재정평탄화 효과만 무너뜨리면 예측성이나 지속가능성은 무너진다. 정부가 국채 발행량만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외평기금도 결국은 끌어 쓴다고 하는데 이건 결국 누군가 넣어줘야 한다. 차기 정부도 부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