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석기자
공모주 불패가 옛말이 됐다. 9월 들어 따따블(공모가 대비 300% 상승)이 나오지 않는 데다 상장 후 공모가를 하회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공모 절차에서조차 상장 철회나 희망 공모가를 낮추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상장한 씨메스는 공모가 3만원 대비 23.00% 하락한 2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하회한 것이다.
씨메스는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희망 공모가 범위인 2만~2만4000원의 상단보다 25% 높은 3만원에 확정한 바 있다.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한 결과 425.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희망공모가의 상단을 초과했음에도 첫날부터 쓴맛을 맛본 것이다.
씨메스뿐만 아니라 최근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도 마찬가지다. 올해 9월부터 이날까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제닉스, 셀비온, 인스피언, 와이제이링크, 루미르 등 8개 기업이다. 이 중 공모가를 상회하고 있는 곳은 셀비온과 와이제이링크가 유일하다. 아이언디바이스의 경우 연중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상장전 공모절차에서부터도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다.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 중 하나였던 케이뱅크는 이달 18일 IPO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해서다. 케이뱅크는 공시를 통해 "최근 실시한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결과에서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해 공모를 철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루미르도 수요예측에서 13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도 희망가 범위인 1만6500~2만500원의 하단을 밑도는 1만2000원에 확정하기도 했다. 증권가는 과거와는 다르게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하단 형성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세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수요예측 공모가 분포를 살펴보면 공모가 가격 하단 이하의 비율이 12.5%"라며 "전분기 5.3% 대비 7.2%P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모주 시장이 안정화에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와 같은 열풍이 사그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3분기 IPO 상장 기업 기관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758대 1, 일반청약 평균 경쟁률은 877대 1을 기록했다"며 "2017년 이후의 평균 경쟁률과 점차 유사한 수준을 보이면서 시장이 안정화 단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