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내수부진·전기료 인상까지…시멘트산업 최대 위기

1~3분기 시멘트 내수 출하 전년 대비 약 13% 감소
"생존을 위한 기나 긴 터널을 지나야 할 각오 다져야 할 때"

건설경기의 장기 침체로 올해 시멘트 출하량이 최근 10년 내 최저점을 기록하고, 내년에도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멘트업계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한 시멘트 업체 앞에 시멘트 운송 차량(벌크 시멘트 트레일러ㆍBCT)가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요 시멘트업체를 회원으로 하는 한국시멘트협회가 23일 발표한 '2024년 시멘트 수급전망'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시멘트 출하(내수)는 3222만t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3% 감소(3698만t 대비 476만t 감소), 이 추세를 유지하면 올해 내수 총 출하량은 4400만t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시절의 출하량(4460만t)보다 낮은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의 시멘트 내수 감소의 주요 원인은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8월 건설수주액은 약 109조원으로 정부의 적극적 경기부양 정책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로 전환됐지만, 현재 추세로는 2020년 수준인 180조원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또 시멘트 수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부문(아파트 등) 역시 1~8월 인허가 실적은 20만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5000호 급감했다.

시멘트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극성수기인 3분기에 이례적으로 판매량이 두 자릿수 가까이 줄었다. 일부 업체는 내수 부진에 따른 재고 증가로 일부 생산설비에 대한 가동 중단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업계는 내년에도 출하량이 4200만t 이하로 떨어질 경우 단 2년 만에 1980년대 후반으로 35년가량 뒷걸음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도 타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전날 산업용 전기료를 평균 9.7%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시멘트업계는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에 해당돼 1kWh(킬로와트시)당 전기료는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인상됐다.

전기료는 시멘트 생산원가의 약 25%를 차지, 유연탄 다음으로 매출원가 비중이 높다. 전기료 인상으로 개별 업체들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1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급격한 출하 감소에 따른 매출 부진에 전기료 인상까지 겹쳤다. 제조원가 상승과 환경 부문 설비투자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초긴축 재정 운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생존하기 위한 기나긴 터널을 지나야 할 각오를 다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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