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취재본부 강성수기자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스트) 올해 예산이 4대 과기원 중 유일하게 삭감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연간 예산은 물론 학생 1인당 교육비 등도 사실상 전국 최하위에 머물면서 지스트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광주 서구갑)이 국내 4개 과기원(카이스트, 지스트, 디지스트, 유니스트)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출자료 및 대학 알리미 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올해 4대 과기원 전체 평균 예산은 증가했으나 지스트 예산만 삭감됐다. 4대 과기원 예산을 살펴보면 올해 R&D 예산이 대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예산은 1.3% 늘어났다. 하지만, 유일하게 지스트만 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인당 교육비’도 4곳 중 3위를 보이면서 교육의 질 저하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4대 과기원 학생 1인당 교육비는 디지스트가 9,987만4,900원으로 가장 많았고, 카이스트 9,973만8,300원, 지스트 9,222만9,700원, 유니스트 8,471만9,500원으로 파악됐다.
조 의원은 지난 17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지스트 예산 삭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을 보니 4대 과기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2023년부터 내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니 지난 2023년 당시 2024년도 R&D 예산이 삭감되던 시기에도 과기원 예산은 1.3% 늘었고, 내년 예산도 11%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그런데 올해 예산을 보니 지스트만 유일하게 6.2% 줄었다”며 “2025년 예산이 조금 늘었다고는 하지만 2023년도 예산을 회복한 수준이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임기철 지스트 총장은 “4대 과기원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예산이다”고 인정했다.
조 의원은 이어 “예산뿐만 아니라 4대 과기원 ‘학생 1인당 교육비’도 편차가 있다. 유니스트를 제외하면 지스트가 ‘꼴찌’다. 유니스트는 특수성이 있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지스트는 예산도 줄고, 교육비도 낮고 출연금 수준도 최하위다”며 “4대 과기원은 인재 양성 기관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금이 기본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학사 사업비만큼은 4대 과기원이 편차 없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스트에 대한 예산 삭감 내용이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대부분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연구 프로젝트들이 차질을 빚거나 중단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공동연구나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필요 재원 부족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스트 한 연구원은 “정부의 예산 삭감이 지속되면 연구 활동 위축뿐 아니라 국제 경쟁력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지스트가 어려움을 겪을 경우 광주·전남지역 경제·산업 성장 동력에도 충격이 클 것이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지스트가 연구지원, 인프라 확충, 학생 장학금 등 각 분야에서 재정적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며 “과기원은 지역 경제 및 산업과 연계성도 있고,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예산의 안정적인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