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쇼크, AI 붐 악화 아냐'…반도체주 안정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0.21%↑
"AI 칩 수요 지속될 것"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실적 쇼크로 급락했던 반도체주가 16일(현지시간) 회복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전날 반도체주 충격이 ASML의 일시적 실적 악화로 인한 것일 뿐 인공지능(AI) 칩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한다는 신호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전일 대비 0.21% 올라 5155.86으로 마감했다. 전날 5.28% 급락했으나 안정된 모습이다. 엔비디아는 전일 대비 3.13%, TSMC는 0.19%, 마이크론은 4.72%, 브로드컴은 0.48% 상승 마감했다. 다만 AMD는 0.33%, ASML은 6.42% 하락했다. 인텔은 중국 당국이 보안 감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에 1.54% 내렸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전날 ASML이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 전망을 발표한 데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AI 칩 수출에 국가별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반도체주 전반이 크게 하락했다. ASML은 2025년 매출을 300억~350억유로(약 44조~52조원)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회사의 기존 예측과 월가 예상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첨단 반도체 장비를 제조하는 ASML은 반도체 산업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

월가는 ASML이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전망을 발표했지만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 신호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간 기업들이 ASML 장비를 비축해 생산 능력이 충분하고, 생산량이 늘어 반도체 재고가 쌓인 탓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AI 칩에 대한 수요만 놓고 보면 여전히 견고하다고 보고 있다.

스테이시 라스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을 매도한 것은 잠재적으로 과도했다"며 "ASML 실적에서 밝은 점이 하나 있다면 AI 수요"라고 밝혔다.

티보 레네우 KBC 시큐리티 애널리스트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AI 인프라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AI 칩 제조사들의 가치가 폭등했지만 ASML 매출에서는 여전히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ASML의 저조한 실적은 AI 반도체가 아니라 스마트폰, 컴퓨터, 유틸리티, 자동차 등 기존 반도체 부문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ASML 매출에서 엔비디아와 AMD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라며 "AI는 강력한 성과를 낼 수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나머지 93%의 반도체 수요는 약하고, 이는 중요한 구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SML은 AI 칩 붐에도 불구하고 다른 반도체 부문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약세를 보였다고 전날 밝혔다.

반도체 산업 컨설팅 업체인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티지스(IBS)에 따르면 AI 칩 시장은 올해 99%, 내년 74% 성장할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 전체는 올해 18%, 내년 1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헨델 존스 IBS 최고경영자(CEO)는 "AI 칩과 AI 전용 메모리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반적인 산업 예측에 변화가 없다"며 "이는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변화다. 장기적으로는 괜찮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부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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