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벌집 제거를 위해 출동한 소방관에게 한 노인의 발언이 누리꾼 사이서 화제다.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우리나라 소방관분들 너무 불쌍함'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해당 글에서 소방대원들이 아파트 외벽에 물을 쏘고 벌집을 제거하는 모습을 촬영해 사진을 올렸다.
A씨는 "며칠 전 (소방관들이) 아파트 옥상 쪽에 있는 말벌집을 제거하러 오셨다"고 운을 뗐다. A씨는 "물을 쏴 벌집의 반 정도를 부쉈지만 완전한 제거는 불가능했다"며 "지나가는 노인분들이 '줄 매고 벽 타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A씨는 "그러다 벌에 쏘이거나 떨어지면 어떡하라고 옆에서 듣는데 화났다"며 분노를 표현했다. 이어 "소방관들에게 감사한 마음에 커피 쿠폰을 줬다"며 "처우가 더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A씨가 올린 사연에 누리꾼들은 "때로는 소방관들에게 너무 많은 역할이 부여된 것 같다", "진짜 다른 공무원보다 소방관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 "소방대원분들 늘 응원한다"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편, 소방청의 통계를 보면, 지난 2020~2022년 벌 쏘임 사고는 평균적으로 연 5585건 발생한 가운데 78.8%에 이르는 4402건이 7~9월에 발생했다. 3년간 연평균 사망자는 9.7명이다. 벌집과 접촉했을 때는 머리 부위를 감싸고 신속하게 2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피해야 한다. 벌에 쏘였을 때는 신속하게 벌침을 제거하고 쏘인 부위를 소독하거나 깨끗한 물로 씻은 후 얼음주머니 등으로 찜질하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소방공무원은 지난 2020년 4월 1일 자로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일선 소방관들은 달라진 것은 '계급 명' 뿐이라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늬만 국가직 공무원'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중앙정부가 아닌 시도지사에 여전히 예산·인사권이 종속돼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별 각자 재량에 맡기다 보니 지역별로 소방 인력 확보뿐 아니라 화재 진압 장비, 교육 훈련 인프라 등이 충분히 마련될 수 없는 셈이다. 지난해 3월 전북 김제시 주택 화재와 같은 해 12월 제주 서귀포시 창고 화재 모두 현장 인력 부족에 따른 순직 사고로 귀결된다.
올해 2월께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로 두 명의 젊은 소방관이 순직한 것도 열악한 환경이 빚은 참사다. 아울러 2001년 월 8만원으로 오른 뒤 24년째 그대로인 화재진화수당 등과 같은 처우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매년 평균 4명가량의 순직자가 나오는 것도 이런 행정 시스템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순직한 소방관은 모두 40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