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서비스라도 앱·웹 어디서 결제하냐에 따라 금액 제각각[헛다리경제]

(31)인앱결제 시 수수료 부과돼

편집자주좀 더 나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똑똑한 경제활동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헛다리를 짚은 경우가 많다. 기업 마케팅에 속거나 순간적 이득에 눈이 멀어 잘못된 판단을 하면 결국엔 피해 보는 쪽은 소비자다. 일상생활 속 대상을 잘못 파악하고 일을 그르친 '헛다리' 짚는 경제활동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를 구독하려던 유민재(28)씨는 휴대폰으로 결제하려다 웹(PC) 화면에 나타난 금액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확인해 보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결제는 6900원이지만, 웹에서는 3900원이다. 아이폰을 쓰고 있던 유 씨는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는 친구에게 '이모티콘 플러스'를 얼마에 이용하느냐고 물었다. 유 씨의 친구는 5900원이라고 했다.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컴퓨터 웹과 모바일 앱 가운데 어떤 것을 이용해 결재하냐에 따라 결재 금액이 달라져 비교가 필요하다.

'이모티콘 플러스'는 원하는 상황, 감정 등만 검색하면 원하는 이모티콘을 골라서 쓸 수 있는 구독제 서비스다. 웹으로 결제할 경우1000원 할인이 적용된 3900원이다. 게다가 첫 달은 무료다. 반면 아이폰으로 결제할 경우 첫 달 무료는커녕 결재 가격이 6900원으로 뛴다. 이모티콘을 개별 구매해도 웹, 앱 가격이 다른 상황은 마찬가지다. 웹에서 2000원에 구매 가능한 이모티콘이 앱에서는 2500원이다.

전자책(e-book) 구매도 웹과 앱의 결제 방식 및 금액이 다르게 적용되는 대표적인 경우다. 예스24와 알라딘은 전자책, 오디오북, 증정품 굿즈 등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때 자사에서만 쓸 수 있는 캐시를 충전해 구매하는 시스템을 적용한다. 충전하는 캐시에는 수수료가 붙는다. 애플 앱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1.2배, 안드로이드는 1.1배의 환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알라딘에서 2만캐시로 전자책을 구매할 경우 아이폰 결재는 2만4000원, 안드로이드 결재는 2만2000원을 내야 한다.

멜론, 유튜브 등도 웹과 앱 결제 금액 차이가 난다. 멜론 스트리밍 플러스 티켓 30일 쿠폰은 웹 구매 시 1만1400원, 앱에서는 1만5000원이다. 유튜브프리미엄 금액은 안드로이드, 애플, 웹 모두 다르다. 안드로이드는 1만1900원, 애플은 1만9500원, 웹은 1만4900원이다. 다만 안드로이드, 애플은 한 달 무료 제공을, 웹은 두 달 무료 제공 기회를 준다. 웹으로 결제 후, 아이패드와 아이폰에서도 연동돼 활용 가능하다.

앱이 아니라 모바일에 설치된 브라우저(삼성브라우저, 크롬, 사파리 등)을 이용하면 웹과 동일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유튜브 등과 같이 앱 내 결제 페이지로 바로 넘어갈 수 있으니 확인해 봐야 한다.

소비자들은 웹과 앱 결제 방식에 따른 금액 차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앱 마켓 이용자의 59%만이 앱 결제 방식에 따른 가격 차이를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차이를 인지하고 있는 비중도 크게 줄었다. 10대, 20대(만 나이 기준)의 경우 인지 비중이 79%를 넘겼지만, 50대와 60대는 각각 46.4%, 44.7%에 그쳤다.

웹과 앱 결제 금액이 다른 이유는 인앱결제(애플리케이션 자체결제·in-app purchase) 때문이다. 인앱결제는 모바일에서 게임 아이템이나 이모티콘 등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구글이나 애플 등 앱 마켓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애플과 구글은 자사 앱 안에서 앱·콘텐츠를 판매하고 결제 금액의 최대 30%까지 수수료로 떼어간다. 이에 일부 개발사는 모바일 전용 금액을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으로 명시한다.

이같은 문제에 2021년 8월 우리나라 국회는 최대 30% 수수료 강제 부과를 막겠다며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0월 방통위는 구글·애플이 여전히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등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구글 475억원, 애플 205억원 등 최대 6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이들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결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방통위는 구글·애플이 즉각 반발에 나서며 대량의 의견 자료를 보냈고 이에 대한 검토가 길어졌다는 입장이다.

기획취재부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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