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전성 높여라'...보험사들,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

최근 국내 보험업계에 자본 확충 바람이 불고 있다.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 유상증자 등으로 재무건전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고 경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선제 대응을 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식위험 등 시장리스크 증가로 보험사들의 요구자본이 늘어나면서 지급여력 상황은 다소 악화했다. 올해 1분기 보험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은 223.6%로 직전 분기인 232.2% 대비 8.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으로 나눈 값이다.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치는 100%이며, 감독당국은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달 50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했다. 교보생명 역시 다음 달 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후순위채는 기술적으로는 부채지만, 만기가 통상 10년이라 보험업법상 일부를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또한 지난 5월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하나손보에 이어 한화생명도 이달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긴 채권이라 영구채라 불리기도 하며, 회계 처리 시 자본으로 인식되는 자본성 증권이다. 발행사의 재무상태가 악화할 경우 원금을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상각할 수 있는 조건이 붙어있어 채권과 주식 사이의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다.

하나손보와 같은 하나금융지주의 계열사인 하나생명도 지난 25일 이사회를 통해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바 있다. 남궁원 하나생명 사장은 재무 건전성 개선과 더불어 영업기반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단순히 규제 대응을 넘어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 마련의 의미도 있다. 충분한 자본을 확보함으로써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무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보험사들 위주로 자본 확충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급여력비율의 당국 권고치가 150%이지만 200% 이상으로 맞추려는 보험사들이 많아진 데다, 당분간 금리 변동성이 있을 전망이라 요구자본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제금융부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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