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찌르는 대마초 냄새가'…끔찍한 악취로 몸살 앓는 빅애플[뉴욕다이어리]

뉴욕 맨해튼 한복판을 가로지르면 마리화나(대마초) 냄새가 코를 찌른다. 뉴욕주가 2021년부터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 하면서, 대마초 상점이 8000여개 가량 성업 중이니 대마초 냄새를 피하기가 어렵다.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이 찾아오면 맨해튼에 또 하나의 악취가 추가된다. 평소보다 더 진동하는 쓰레기 냄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로 뉴욕시에 신고된 쓰레기 악취 관련 민원은 3756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619건 대비 4%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길거리 청소 규칙을 완화한 2022년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 민원 건수가 가장 많다고 한다. 뉴욕시 5개 자치구별로는 쓰레기 악취 신고의 가장 많은 33%가 맨해튼에서 나왔다. 뒤를 이어 브루클린과 퀸스가 각각 23.8%, 브롱스가 10.3%, 스테이튼 아일랜드가 4.6% 순이었다.

뉴욕시에 쓰레기 악취를 없애 달라는 민원이 증가한 건 이달 초 뉴욕에 화씨 90도(섭씨 32도) 이상 무더위가 덮친 여파다. 폭염으로 예년보다 길거리에 퍼지는 쓰레기 악취가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심해졌다. 이달 초에는 뉴욕에서 맨해튼과 브롱스를 잇는 '3번가 다리'가 더위 때문에 작동을 멈출 정도였다. 이 같은 고온 현상에, 습도까지 높아지면서 쓰레기 더미 위로 각종 박테리아와 세균이 빠르게 번식하자 뉴요커들의 불쾌지수가 높아졌다.

뉴욕시는 그나마 쓰레기 배출 방식을 바꾸면서 악취가 훨씬 덜해졌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뉴요커들은 그동안 쓰레기를 비닐봉투에 담아 길거리에 봉투째 버렸다. 하지만 뉴욕시가 지난해 9월부터 식당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에게 쓰레기 배출시 완전히 밀폐된 뚜껑이 있는 쓰레기통을 쓰도록 했고, 올 3월부터는 모든 사업체로 쓰레기통 배출 규제 적용을 확대했다. 뉴욕시에 창궐하는 쥐 퇴취가 목적인데, 쓰레기통 배출 규제가 없었다면 이번 무더위에 악취가 더 진동했을 것이란 게 시 당국의 설명이다.

뉴욕은 미국 최대 도시로 누구나 한 번쯤 방문하거나 살아보고 싶은 매력적인 곳이 틀림없다. 화려한 타임스퀘어, 고층빌딩이 빽빽이 들어선 마천루, 뉴욕 랜드마크인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맨해튼을 가로지르는 센트럴 파크까지 '빅애플(뉴욕시 별칭)'의 상징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맨해튼 거리 곳곳에 진동하는 악취와 가끔씩 지하철 역사나 길거리에서 마주하는 쥐는 여전히 적응하기 어렵다. 뉴욕시의 쓰레기 배출 규제와 쥐 퇴치 작업이 성공할 지 주목된다.

국제부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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