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연합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에 대해, 송 회장의 아들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신 회장과 경영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10일 배포하면서 재반격에 나섰다.
임 이사는 이날 홍보대행사를 통해 보도자료를 내고 "신 회장과 임 이사는 과거의 단순한 회장, 대표의 수직적 모습에서 벗어나 밸류 업을 성과까지 이어지게 할 인적자원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신 회장은 송 회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임종윤·종훈) 형제와 책임경영·전문경영·정도경영을 하이브리드로 융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의 개인 최대 주주로 이번 모녀와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키맨' 역할을 해왔다. 지난 3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형제의 손을 들며 승리에 기여했다. 이후 한미약품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진입하는 등 그룹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3일에는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과 의결권 공동행사약정 및 모녀의 주식 일부 매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3자 연합'을 맺었다. 송 회장은 이후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며 경영 일선 퇴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형제를 대표하는 임 이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신 회장이 자신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신 회장의 중재로 모녀·형제가 뜻을 모아 분쟁이 종식됐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임 이사의 주장과 달리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발표로 오히려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재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임 이사는 보도자료에서 "형제가 신 회장과 협력해 그룹에 고문단 등을 설치하고 책임경영, 전문경영, 정도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송 회장이 발표했던 '전문경영인 영입' 등의 내용은 거론되지 않고 '책임경영'이 언급됐다. 이를 두고 임 이사가 주총 승리 이후 계획했던 한미약품 대표에 직접 취임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해석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임 이사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송 회장 등 관련자 입장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