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라도 아껴야해요'…떨이상품 사러 '마감런'하는 청년들[청춘보고서]

떨이상품 구매 위해 '마감런'
생활비 줄이고자 식비 절약 나서
中서도 식비 줄이기 움직임

고물가 현상이 지속하면서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일명 '마감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마감런'은 가게가 문을 닫기 전 떨이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가게로 향하는 것을 뜻한다. 명품 등 고가품을 먼저 사기 위해 달려드는 '오픈런'과 달리 '마감런'은 소비기한 임박으로 동일한 제품을 더욱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하는 게 특징이다.

'밥상 물가' 부담은 계속…"식비라도 절약해야 하는데"

서울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도시락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밥상 물가가 치솟으면서 청년들의 식비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그러나 '밥상물가'로 해석되는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해보다 11.7% 상승했다. 전달(17.3%)보다 상승 폭은 줄었지만 9개월 연속 10% 이상 상승률을 보여 물가 부담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식비 절약 방법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소득 가운데 세금 등 필수 지출을 뺀 가처분소득 중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것이 식비이기 때문이다. 2년 차 직장인 조모씨(28)는 "요즘 오르지 않은 게 없다 보니 식비라도 줄이자는 생각에 재래시장을 이용하고 마트 마감 세일도 노리고 있다"며 "과일은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러워서 먹지도 못하겠더라"고 토로했다.

한 푼이라도 저렴하게…마감 시간 맞춰 마트·편의점 방문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조 씨처럼 대형마트 '마감런'을 불사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과거엔 유통기한에 가까워진 상품의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가 컸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 여파로 일부러 마감 시간에 맞춰 상품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늘어난 셈이다.

예컨대 마트는 통상 오후 7시부터 주요 먹거리를 싸게 파는 마감 할인을 시작한다. 할인 대상에는 야채, 수산물, 축산물처럼 일상 수요가 큰 신선식품과 초밥 등 델리코너 메뉴들이 다수 포함된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이 시간에 맞춰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식비를 줄이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이들도 많다. 특히 청년층은 가격이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을 더 싸게 먹기 위해 마감런에 나서기도 한다. 편의점들은 매장에 진열한 식품 중 소비기한이 다 돼 가는 것을 정가보다 싸게 내놓고 있는데, 이를 노리는 것이다. 소비기한이 지나면 제품을 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저렴한 가격에라도 판매하려는 편의점 측과 식비를 아끼려는 청년층 수요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中 MZ들, '가난뱅이 메뉴' 찾는다

중국에서 소비 심리가 위축하자 기업들은 이른바 '가난뱅이 식사'를 잇따라 출시했다. [이미지출처=바이두]

이러한 움직임은 옆나라 중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에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총구이(窮鬼) 메뉴'를 찾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총구이'는 '가난뱅이'를 뜻하는 단어로, 가난뱅이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음식을 뜻하는 단어다. 중국 젊은층도 저렴한 음식 메뉴를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례로 샤오홍슈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저렴한 식사 메뉴 조합인 '가난뱅이 패키지'나 브랜드별 할인 정보를 정리해 공유한 글이 넘쳐난다. '월요일에는 맥도날드에서 무료 맥너겟 먹기, 화요일에는 투스틴 가서 1+1 이벤트 즐기기, 수요일에는 30% 할인하는 도미노피자 구입, 목요일에는 KFC에서 할인받기, 금요일에는 버거킹 반값 햄버거 먹기' 등 일주일 치 가성비 메뉴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현지 매체들은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속에서 중국인들은 신중하게 외식 예산을 세우기 시작했고, 요식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실한 메뉴들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슈&트렌드팀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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