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 없이 빨리 일해라 재촉'…도마위 오른 '위험의 이주화'

외국인 근로자 산재 사망자, 전체의 10%
현장서 안전교육 부재 만연
불법 파견, 허술한 안전관리 이어져
"행정당국, 관리 감독 강화 필요"

따옴표"내가 일한 농기계 공장, 너무 위험했어요. 그런데 교육 하나도 안 했어요"

방글라데시 출신 외국인 근로자 A씨(36)는 3년 전 농기계 취급 공장에서 부상을 입었다. 실린더에 다리가 찢기는 큰 사고였기에 산업재해를 신청해야 했다. 그러나 A씨는 이 공장에서 한 차례의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다. 한국 정착 이래 그는 총 5곳의 공장에 몸담았지만, 이 중 단 한 곳만 안전교육을 시행했다. 이마저도 한국어로 이뤄져 A씨는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채 업무에 투입돼야 했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피해자 대다수가 외국인 근로자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들에게 위험한 일을 맡기는 이른바 '위험의 이주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행정당국이 업체의 안전교육 시행과 불법 파견 방지를 위해 철저한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근로자가 직면한 위험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고용노동부의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외국인 근로자는 85명으로 전체(812명)의 10.5%를 차지했다. 전체 사망자 수는 2022년(874명)보다 줄었으나 외국인 사망자 수는 85명으로 동일해, 오히려 사고 비중이 9.7%에서 0.8%포인트 증가했다.

미흡한 안전교육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험에 몰아넣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장은 일용직 근로자 또는 근로계약 기간이 일주일 이하인 기간제 근로자에도 1시간 이상의 안전 보건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은 실제 현장에서 이런 규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영세한 사업장에서는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규정을 지키는 사업장들도 형식적으로만 교육한다.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에게 무조건 빨리 일하라고 재촉한다"고 성토했다.

지난 26일 경기도 화성시청에 설치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외국인 근로자 불법 파견도 문제다. 산업 현장에서는 현행법상 근로자를 파견할 수 없는 사업장에 외국인 근로자를 투입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형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도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해당해 파견 근로가 금지된 사업장이었으나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 파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불법파견은 이들에 대한 허술한 안전 관리로 이어진다. 김달성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우리나라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40만명이 넘는다. 이들 대다수가 파견하면 안 되는 사업장으로 고용 알선을 받는다"며 "일용직으로 잠깐 왔다 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행정당국이 사업장 내 안전 규정이 준수될 수 있도록 엄격한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는 안전교육 규정 등 이미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각종 법적 제도를 마련해 뒀다"며 "다만 사업자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는 데다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행정 체계가 미흡한 게 문제다. 행정당국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부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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