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6일 "에너지, 경제안보, 중소기업·스타트업, ICT·첨단기술 등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외교당국 간 소통하에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고, 기시다 총리는 "양국 간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4시35분부터 5시25분까지 약 50분간 양자회담을 하고 "한일관계 개선에 따라 양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한층 확대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양자회담의 성과를 전하며 "양 정상은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간의 협력을 다시 자리매김할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중국을 적극적으로 관여시키고 3국이 양자 그리고 3자 간 역내 질서에서 협력 방안을 새롭게 모색함으로써 세 나라가 같이 힘을 모아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힘을 모아가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우선 한일관계 개선에 힘입어 경제협력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평가한 뒤 양국 관계 부처 간 수소·암모니아 및 자원과 관련한 대화를 해 나가기로 한 것을 환영하고, 공급망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내달 중순 한일수소협력대화가 신설돼 출범한다. 김 차장은 "한일 간의 글로벌 수소 공급망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으며, 수소와 관련된 표준, 수소 에너지와 관련된 규격 그리고 정책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일 자원협력대화도 새로 만들어 내달 중순 출범할 예정이다. 김 차장은 "한국의 산업부와 일본의 경제산업성 간 간에 새로 만들어보기로 했다"며 "핵심 광물 공급망 위기에 같이 협력을 꾀하고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유학, 인턴십, 취업 등 청년층 교류 확대 방안도 모색해 나가기로 했으며, 윤 대통령은 최근 ‘일·한 미래파트너십 기금’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추가 기여를 평가했다. 작년 6월에 한국에서는 한일 미래 파트너십 재단이, 일본 측에서는 일·한 미래 파트너십 재단이 출범한 바 있다.
김 차장은 "한국에서 10억원, 일본에서도 1억엔 규모의 자금을 출자했는데, 이번주에 일본이 먼저 선제적으로 2억엔을 추가로 모금을 했다"면서 "여기에 발맞춰 한국경제인협회 측에서도 파트너십 재단에 기금을 확충하고 양국의 청년 미래 세대가 보다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도록 조치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양 정상은 지난해 수단과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양국 국민의 긴급 귀국을 위해 도움을 주고받은 것을 평가하고, 재외국민보호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계속 소통하기로 했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라인야후 사태 관련해서는 윤 대통령이 양자회담에서 먼저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한일 외교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양국 간에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 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불변이 없다는 그런 원칙하에서 이해되고 있다"며 "이번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 보라는 요구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정부 간에 초기 단계부터 이 문제를 잘 소통하면서 협력을 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기간을 비롯해 회의 직후에도 안보 대비 태세를 확고히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활용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임박해 있고, 다른 각종 미사일 도발도 섞어 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며 "정부는 한·일·중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시기와 그 직후에도 안보 대비 태세를 확고히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후 1년 만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1월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이후 약 6개월 만에 다시 대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