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스님도 3억 날렸다' 연예인 사칭 투자리딩방 피해 여전

개그맨 매니저 사칭 투자 사기, 피해액 15억원
경찰 본격 수사 착수, 피해 접수 건수만 40건

유명인을 사칭하는 투자 사기가 극성인 가운데 경기도에서 사찰을 운영하는 60대 승려도 수억원대의 피해를 본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청이 최근 개그맨 매니저로 알려진 ‘한우희(가명)’를 포함한 일당에 대해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를 집중 수사 관서로 지정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1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한우희 일당’에 대한 피해 접수 건만 40여건이다.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 금액은 15억원대에 달한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이중 경기도에서 사찰을 운영하는 60대 승려 A씨도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유명 개그맨 B씨가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TV를 통해 접했다. 이후 온라인에서 B씨를 내세운 관련 게시물이 왕왕 떴다. 결국 A씨는 포털사이트가 운영하는 ‘밴드’에 가입했다.

자신을 B씨의 매니저라고 소개한 ‘한우희’는 50여명의 대화방 참여자들에게 “개그맨 B씨가 3000억원을 갖고 있다”며 “회원님들이 투자하면 B씨 돈과 합쳐 비상장 주식을 한 주당 15만원에 살 수 있다. 1주일 뒤 상장시키면 주당 가격이 25만원을 넘는다”고 꾀었다. A씨는 지난 2월 5일부터 한 달 동안 지인에게 빌린 2억3000만원을 포함해 3억원을 입금했다.

며칠 뒤 매니저는 주식이 크게 올라 원금과 수익금을 합쳐 29억8000만원이 됐다고 주장했다. “원금과 수익금을 배당해 달라”고 하자 매니저는 “29억원을 찾으려면 10%인 2억9000만원을 계좌로 먼저 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때 뭔가 석연치 않음을 느낀 뒤 지인들에게 주식 투자 사실을 알렸고 그제야 유명인 사칭 투자 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조금씩 모아둔 돈으로 투자했고 수익이 나면 사찰 보수 공사도 하고 절 행사 때도 쓰려고 했다”며 “사기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알렸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한우희라는 매니저 이름도 가짜고 그가 보내준 사원증과 사업자등록증도 모두 위조한 것 같다. ‘제발 좀 살려달라’고 부탁도 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유명인 사칭 사기’를 포함한 투자리딩방 불법 행위 피해 건수는 2500여건이다. 피해 금액은 2300억원. 방송인 송은이, 스타 강사 김미경, 존리(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진형(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개그맨 출신 투자자 황현희, 한상준 변호사 등이 회원으로 있는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이하 유사모)은 유명인 사칭 범죄 규모를 누적 평균 1조원으로 추산했다. 피해자 1인당 평균 피해 금액은 평균 1억5000만~3억원. 일주일에 1~2명은 10억~30억원 이상을 갈취당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이슈&트렌드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