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박유진기자
강진형기자
중산층 노인은 어떤 사람을 말할까. 자산과 수입의 기준은 어느 정도 선일까. 우리나라 노인들의 경제적 수준을 파악해야 이에 맞는 노인주거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어르신들의 소득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의 문을 두드렸다.
13년 동안 은퇴자들의 금융 생활을 담당해 온 김진웅 소장은 "원래 중산층은 가구를 소득순으로 세운 뒤 중위소득의 50~150%로 정의하지만 이렇게 하면 범위가 매우 넓어진다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노인의 중위 소득이 100만원이면 중산층은 50만~150만원 사이 소득자가 포함되는데,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노인 소득별로 맞춤형 주거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소득 수준에 따라 5단계로 나누는 계층분류법으로 구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가장 낮은 소득 순위부터 가장 높은 소득 순위까지, 1~5분위로 나눠 중산층을 따져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통계청의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65세 이상 노인이 세대주인 가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중간 부분인 3분위 가구의 순자산은 2억3473만원, 연소득은 2580만원으로 나타났다. 김 소장은 "이들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중간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상위 계층이 밀집한 1분위 가구는 순자산(1281만원)이 연소득(1470만원)보다 오히려 낮았다. 부유층인 5분위 가구는 순자산만 16억원이 훌쩍 넘었고, 연 소득도 7000만원에 달했다.
대상을 수도권(서울·인천·경기)으로 좁혀봐도 3분위(순자산 2억4492만원·연소득 2368만원)는 전국 기준과 비슷했다. 다만 5분위 가구의 소득 수준과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았다. 순자산(19억2525만원)과 연소득(7812만원) 모두 전국 기준을 앞섰고, 수도권 전체 노인 가구 중 26%에 달했다.
김 소장은 "현재 중산층을 타깃으로 지었다는 몇몇 노인복지주택도 사실은 ‘중상층’이어야 입주할 수 있다"며 "최소한 순자산 4억원 이상, 소득은 연 3500만원 정도는 있어야 살던 집을 팔아 시설에 들어갈 수 있고 개인 생활비까지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수입을 얻을까. 1인당 국민연금 월평균 수급액은 62만원(지난해 9월 기준)이었다. 김 소장은 "연금만으로는 생활비가 한참 부족하니 일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자산은 있지만, 소득이 끊기는 순간 굉장히 힘들어지는 분들이 많다. 사업을 하시던 분들은 손에서 일을 못 놓고 근로소득자들은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자리를 찾는다"고 했다.
통계청의 ‘2023 고령자 통계’를 보면 노인 고용률은 지난해 기준 36.2%였다. 은퇴 나이가 지난 65살 이상 고령자(총 902만7000명) 중에서도 3분의 1이 넘는 326만5000명이 여전히 노동 시장에 남아 있다.
김 소장은 "나이가 들어서도 일정한 월소득을 유지하고, 노인복지주택 같은 주거지를 선택할 수 있으려면 부동산보다도 금융자산이 있어야 한다"며 "젊었을 때 번 돈을 노후에 연금으로 받을 수 있게 준비해야 나이를 먹더라도 매달 소득이 생기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