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근처에 있고 싶다'…중랑천 노숙 여성, 방화미수로 구속

2016년 이혼 후 천변에 텐트 치고 생활
퇴거 요청에 화가 나 구청창고에 불질러

베트남 국적의 결혼이주여성이 서울 동대문구 중랑교 밑에서 노숙 생활을 하다 방화 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혼 뒤 5년간 노숙 생활을 한 이 여성은 중랑천변에 머문 이유에 대해 "아이가 사는 곳 근처에 있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중랑천 (해당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br /> [사진출처=연합뉴스]

2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경찰서와 서울북부지검은 이달 4일 베트남 이주여성 현모씨(44)를 공용건조물 방화 미수·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현씨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와 지적장애가 있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생활하다 지난 2016년 이혼했다. 그는 시어머니로부터 한국어가 서툰데도 공부하지 않고 아이와 남편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언에 시달리고 종종 폭행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혼 후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현씨는 고시원, 찜질방, 여성노숙인 쉼터 등을 2년여간 전전하다 2019년부터 중랑천변에 텐트를 치고 노숙 생활을 했다. 약 5년간 현씨는 행인들이 적선한 돈으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텐트에서 생활하는 탓에 주소지가 없고, 구직 활동 등 수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초생활수급비도 받지 못했다.

동대문구청은 현씨에게 주거와 한국어 공부 등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현씨가 이를 모두 거부했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여러 차례 설득을 시도했지만 본인이 완강히 거부해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현씨는 구청의 지속적인 퇴거 요청에도 불응하다 지난달 26일 중랑천 게이트볼 구장 인근의 구청 창고에 있던 기계를 망치로 부수고 불을 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불은 일부 자재만 태우고 20여분 만에 꺼졌다.

현씨는 수사기관에서 "중랑천을 청소하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났다. (그 사람들은) 퇴거하라는 내용이 담긴 종이를 텐트에 붙이고 나를 앞에 세운 뒤 사진을 찍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랑천변 텐트에서 지낸 이유에 대해서는 "쉼터 내 괴롭힘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아이가 사는 곳 근처에 있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용건조물 방화 미수·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구속기소 된 현씨는 다음 달 법정에 선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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