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한기자
CCTV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가운데 범죄자를 찾아내는 영화 속 한 장면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CCTV 시장이 급성장하면서다. 다만 이에 대한 접근 방식은 나라별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중국·말레이시아 등은 수사·검거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미국 및 유럽 선진국은 사생활 침해 등을 우려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첨단 CCTV가 속속 도입 중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CCTV 시장 규모는 2022년 355억달러에서 2029년 105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중 AI CCTV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면인식 기술은 눈·코·입·이마 등 얼굴 형태나 특징을 추출해 얼굴을 인식하고 저장된 데이터베이스 자료와 비교해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을 말한다. 얼굴 이미지 수집은 공공장소 CCTV에서 촬영된 영상 이미지나 인터넷상의 공개된 사진 이미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된다. 이러한 점에서 안면인식 기술은 막대한 인권침해를 낳을 수 있다.
중국은 2015년부터 '톈왕'(天網·하늘의 그물)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주요 도시에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고도화된 CCTV를 설치하는 국가사업이다. 이를 통해 2018년 7명을 살해하고 도주 행각을 벌여온 수배자를 20년 만에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 수배자는 도피 기간 성형 수술로 얼굴을 위장하고 가짜 신분증을 이용했다. 그러나 중국 공안은 빅데이터와 안면인식 기술 등을 이용한 CCTV를 통해 수배자를 특정하고 결국 체포에 성공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안면인식 기술이 적용된 보디캠을 도입했다.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이미지를 검색한 후 신속하게 경찰의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확인한다. 이처럼 일부 국가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이 강력범죄자와 장기 수배자를 검거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와 반대로 선진국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안면인식 기술의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는 경찰 등 법집행기관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현재 기술적으로 흑인이나 여성의 경우 오인 확률이 높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 연구에 따르면 안면인식 소프트웨어가 백인 남성의 얼굴을 제대로 인식할 확률은 99%지만, 피부색이 짙은 여성의 얼굴은 오인 확률이 35%에 달했다.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AI법은 기본법 성격을 가진 포괄적 규제로 평가된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원천적으로 실시간 원격 생체정보 인식,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은 안면인식 기술을 수사에 제한적으로 도입했다. 영국의 수도경찰청은 2020년 1월부터 런던 전역에 강력범죄 대응을 위한 라이브 안면인식 카메라를 배치했다. 범죄자 검거 가능성이 있는 특정 장소에서만 실시간 얼굴 감시를 진행한다. 심각한 폭력 범죄, 총기 및 흉기 범죄, 아동 성 착취 혐의 등 용의자와 수배자가 대상이다.
해당 시스템은 경고 발생한 영상만을 최대 31일까지 보관할 수 있고, 일반인들의 얼굴인식 데이터는 자동으로 즉시 삭제된다. 만약 감시 대상자가 체포될 경우에는 사법 절차가 종결될 때까지 영상이 보존된다. 이는 법적, 윤리적 범위 내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신변보호 대상자에 지능형 CCTV를 제공한다. 요청자, 가족 등 사전에 등록된 얼굴 정보를 대조해 외부인을 파악하고 이상행동이 있을 경우 경고해준다. 또한 치매 노인·미아 등 실종자 찾기, 인구 밀집 위험 경고 등에 AI CCTV를 활용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안면인식 기술로 추출된 얼굴의 특징점은 민감정보로 분류된다. 경찰이 안면인식 CCTV가 범죄 수사에 활용하려면 별도의 입법적 조치가 필요한 상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안면인식 CCTV는 기술적으로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국가가 전 국민을 사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라며 “사용 절차, 목적, 제한된 방법 등 법적으로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