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탁 수탁고 1300조 시대…증권사는 뒷걸음질

금감원 2023년 신탁업 영업실적 발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오른쪽)과 증권가 건물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작년 국내 신탁사의 총 수탁고가 퇴직연금 수요 등에 힘입어 1300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증권사 신탁고는 채권형 신탁 환매 중단과 정기예금형 신규 수탁 감소에 2년 연속 줄었다.

11일 금융감독원은 2023년 말 60개 신탁사의 총 수탁고는 1310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6조8000억원(7.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은행·증권·보험 등 46개 겸영 신탁회사의 수탁고는 908조6000억원으로 2022년 말 대비 76조7000억원(9.2%) 늘었다. 14개 전업 부동산신탁사의 수탁고는 402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조1000억원(2.6%)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은 90조2000억원 늘어난 632조원, 보험사는 4조1000억원 늘어난 2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및 보험 수탁고 증가는 퇴직연금 증가 등에 따른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증권사는 17조6000억원 줄어든 25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 신탁고는 2021년 말 최고점(310조7000억원)을 기록한 후 2년째 감소세다. 금감원은 "2022년 하반기부터 자금시장 경색으로 채권형 신탁 환매가 중단 또는 지연되고 최근 은행 예금금리 인하로 정기예금형 신탁 신규수탁이 감소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탁재산별로 보면 금전신탁이 601조6000억원으로 1.9% 늘었고, 이 중 특정금전신탁이 587조2000억원으로 대부분(97.6%)을 차지했다. 재산신탁은 708조3000억원으로 11.9%나 증가했는데, 금전채권신탁과 담보신탁이 각 44조8000억원, 24조8000억원씩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신탁보수별로 보면 전체 신탁회사의 총 신탁보수가 2조3384억원으로 전년보다 1.7% 늘었으나, 전업 부동산신탁사의 신탁보수는 9808억원으로 664억원(6.3%) 감소했다. 겸영 신탁사 신탁보수가 1조35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2억원(8.4%)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업권별 1·2위를 다투던 은행·부동산신탁사 간 신탁보수 점유율 격차도 벌어졌다. 은행이 4.3%포인트 늘어난 46.5%를 기록한 가운데, 부동산신탁사는 3.6%포인트 줄어든 41.9%에 그쳤다. 증권은 1.2%포인트 줄어든 10.1%, 보험은 0.4%포인트 늘어난 1.4%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증권은 채권형 신탁의 수탁고 감소, 부동산신탁회사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성장세가 다소 정체된 듯하다"고 짚었다.

금감원은 "겸영·전업 신탁사의 잠재 리스크요인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등 신탁사에 대한 리스크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특히 증권 등 성장이 다소 정체된 업권은 현황과 원인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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