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홋카이도 사람에겐 세이코 마트가 최고죠. 대기업이 인수한다고 하면 큰일 날걸요. 지역 주민들에게 확실히 사랑받는 편의점입니다."
일본 기자들에게 편의점 이야기를 듣다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홋카이도 출신이나 이곳에 근무하는 기자들은 편의점의 좋은 예로 입을 모아 '세이코 마트'나 이를 줄인 표현 '세코마'를 말한다. 홋카이도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차 타고 한참 가야 마을이 나오는데, 어느 조그만 마을을 가더라도 세코마는 항상 존재하고 사랑받는 이미지라는 것이다.
일본 편의점 업계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기업이 꽉 잡고 있다. 세븐일레븐 재팬, 로손, 훼미리마트는 시장이 포화상태가 될 때까지 진출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이 진출하지 못하는 유일한 장소가 바로 홋카이도다. 히로시마 지역 편의점 체인 ‘포플러’가 로손에 인수돼 ‘지역 편의점의 위기’라는 기사가 잇따를 때도 이곳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세코마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이유는 비효율을 중시하는 세코마의 경영 철학에 있다. 지역 주민이 필요하다면 손실을 감수한다.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레분섬, 홋카이도 최서단의 낙도 오쿠시리섬에 점포를 낸 게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대부분 점포에 주방을 두고 지역 식자재만 사용한 130엔(1150원)짜리 반찬을 직접 만들어 판다. 납품을 받아와도 되지만 말 비효율이 만들어내는 고객 만족도를 지키기 위함이다. 이러한 노력 덕택에 세코마는 홋카이도 주민뿐만 아니라 일본 안팎 관광객들이 여행마다 찾는 관광명소로도 거듭났다.
우리나라 편의점은 어떨까. 매월 나오는 신상 디저트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노린 팝업 스토어에 신경 쓰지만 진정한 지역 밀착에는 소홀하다. 세코마가 굳건한 소비자 충성도 하나로 포화 상태인 편의점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로 올라선 점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우리 편의점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도 ‘어디에든 있는’ 대신 ‘사라지면 안 되는’ 수식어가 붙는 편의점이 필요하다. 오래도록 국민적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독보적인 브랜드가 등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