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기자
김보경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으로 얼어붙었던 이동통신 사업자 간 경쟁이 10년 만에 다시 달아오를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차등 지급을 일부 허용한다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번호이동’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단말기 유통법 시행령 제3조의 예외 기준을 새로 만드는 개정안을 보고했다. 개정안에는 ‘이동통신사업자의 기대수익 및 이용자의 전환비용 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가입 유형에 따른 지급기준에 따라 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포함됐다.
방통위는 향후 입법예고와 관계부처 협의, 규제 심사, 방통위 의결,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개정된 시행령을 적용할 예정이다.
시행령이 개정으로 예외 조항이 신설되면 번호이동 여부, 요금제 가격 등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번호이동 시 발생하는 위약금에 대해서 보조금 지원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A 이통사를 이용하던 한 고객이 B 이통사로 바꾸려고 할 때 고객이 A사에 내야 하는 위약금을 B사에서 보조금 형태로 지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단통법 폐지를 위해서는 국회 협조가 필요한 만큼 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 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하게 됐다”며 “이번 개정을 통해 사업자 간 자율적인 보조금 경쟁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단통법은 2014년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막기 위해 제정됐지만, 시행 1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고가의 단말기 가격으로 소비자 후생이 감소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달 민생 토론회에서 “단통법을 전면 폐지해서 보조금 경쟁을 완전히 자유화하고 국민 단말기 구입 부담을 덜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통업계는 울며 겨자먹기로 이번 개정안을 따를 수밖에 없다. 보조금 경쟁이 활성화되면 업체는 판매비, 마케팅 수수료 등의 비용이 늘어난다. 다만, 번호이동 고객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원하게 된다면 경쟁사 고객을 더 수월하게 데려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조금 경쟁이 가장 치열한 게 번호이동”이라며 “3사 중 한 곳이 기기변경보다 번호이동 고객에게 더 많은 지원금을 준다면 다른 사업자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근 제4 이동통신사가 탄생한 것도 변수다. 지난달 31일 스테이지엑스는 5세대(5G) 28㎓ 주파수 경매에서 최종 낙찰받으면서 이동통신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중심 과점 시장에 새로운 경쟁사가 들어오면서 침체된 경쟁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제4 이동통신사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결국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3사도 기존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