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영기자
국내 금융사들이 지난해 실적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15조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은 사상최대 실적은 거둔 반면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급감하며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1.5% 늘어난 4조 631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은 일년새 순이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이에 4대 금융지주 전체 당기순이익 합계는 14조 9682억원으로 전년(15조 5309억원) 대비 3.6% 축소됐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6.4% 줄어든 4조 3680억원을, 하나금융은 3.3% 감소한 3조 4516억원, 우리금융은 19.9% 급감한 3조 1417억원을 시현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 차이는 무려 1조 5000억원에 달했다. KB금융의 사상 최대 실적을 제외하면 나머지 금융지주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금융지주의 계열 은행들의 실적도 엇갈렸다. 하나은행이 전년 대비 12.3% 늘어난 3조 4766억원 규모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KB국민은행은 8.9% 증가한 3조 2615억원, 신한은행은 0.7% 늘어난 3조 677억원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3% 줄어든 2조 5159억원에 불과했다.
사상 최대 실적 KB금융, 은행·보험이 성장세 이끌어…4Q 순익은 민생금융·PF 충당금 탓에 2615억원
KB금융은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4분기 당기순이익은 261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크게 감소했다. 이는 그룹 희망퇴직과 은행 민생금융지원 관련 참여 은행 중 최대 금액 지원, 부동산 PF 등에 대한 보수적인 손실률을 반영한 대손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과 계절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
연간 순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5.4% 증가한 12조1417억원이었다. 은행 원화대출금이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전년 말 대비 4.0% 성장하며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한 가운데, 전년도 금리상승에 따른 대출자산 리프라이싱 효과가 반영되며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고, 증권,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이자 이익 기여도가 꾸준히 확대된 결과다.
연간 NIM은 그룹과 은행이 각각 2.08%, 1.83%로 연간 각각 12bp(1bp=0.01%), 10bp 개선돼 이자이익 확대를 견인했다. 순수수료이익은 3조735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저성장 및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카드 이용금액은 전년 수준에 머물렀지만, 주식 약정 금액 증가로 증권수탁 수수료가 늘었다. 아울러 고비용매출(국세, 지방세, 4대 보험 등) 축소 등 포트폴리오 개선 노력으로 가맹점수수료 이익이 확대되고, 캐피탈의 운용금리 상향으로 리스 수수료가 증가했다.
대손충당금 전입 비율은 0.67%로 상승했다. 4분기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1조 378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9296억원 늘었다. 그룹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57%, NPL 커버리지 비율은 174.5% 수준이었다. 부동산 PF, 해외 상업용 부동산 등 중점관리 섹터에 대해 자산건전성을 보다 보수적으로 분류한 영향으로 NPL 커버리지 비율은 전년 대비 하락했지만,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의 손실흡수력 확보하고 있다는 게 회시 측 설명이다.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은 각기 7529억원, 256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 35.1%, 88.7% 늘었다. 반면 KB국민카드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와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악화로 인한 충당금 전입액이 증가함에 따라 전년동기 대비 7.3% 감소한 3511억원에 머물렀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그룹 톱 라인의 모든 부분이 고르고 강력한 수익 창출을 이어간 결과 2023년 총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수준인 17.8%의 연간 성장률을 시현하며 약 16조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일회성 비용↑·증권 사옥 매각 효과 소멸…부진했던 카드·증권·보험
우선 연간 이자이익은 10조 81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그룹 연간 순이자마진(NIM)이 1bp(1bp=0.01%) 상승하고, 금리부 자산이 2.6%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비이자이익은 3조4295억원으로 전년 대비 51.0% 증가했다. 수수료 이익 개선 및 전년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유가증권 부문 손실 소멸 효과가 반영된 것이다.
연간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조2512억원으로 70.8% 늘었다. 금리 상승 누적에 따른 은행과 카드 연체율 상승 등으로 경상 충당금이 증가하고 전년 대비 경기 대응 충당금이 증가하면서다. 이외 연간 기준 대손 비용률은 0.57%를 기록했으며, 경기 대응 충당금을 제외할 경우 0.38%를 나타냈다.
자회사별 순이익은 희비가 엇갈렸다.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0.7% 증가한 3조677억원, 신한캐피탈은 0.2% 증가한 3040억원으로 횡보세를 보였다. 반면 고금리가 지속되며 신한카드는 3.2% 줄어든 6206억원, 신한투자증권은 75.5% 감소한 1009억원을 나타냈다. 신한라이프 역시 61.4% 감소한 44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한편 신한금융은 결산이사회를 열어 2023년 회계연도에 대한 결산 주당 배당금을 525원(연간 2100원)으로 결의했다. 이는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이미 지급된 분기 배당금 및 자사주 취득·소각 금액을 포함한 연간 총주주환원율은 전년 대비 6.0%포인트(p) 개선된 36.0%를 기록했다.
또 신한금융 이사회는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올해 1분기 1500억원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결정했다. 신한금융은 올해에도 적정 자본 비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일관되고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실수요 중심의 기업 대출 성장을 통해 이자 마진 축소에도 이자 이익을 방어했으며, 유가증권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비이자이익이 증가하는 등 견조한 이익 창출력을 유지했다”면서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상생 금융 지원 등 고금리 지속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 완화를 위해 지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익 3.3% 감소한 하나금융, 비이자이익은 65% 증가…증권 '당기순손실'
하나금융의 이자이익과 수수료 이익을 합한 핵심 이익은 전년보다 늘었다. 지난해 이자이익은 8조9532억원, 수수료이익은 1조7961억원이다. 총 10조74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6% 증가했다. 금융그룹의 지난해 4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76%다.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그룹의 비이자이익은 1조 9070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65.3%(7531억원) 증가했다. 수수료이익과 매매평가익은 각각 1조7961억원, 8631억원이다. 운용리스, 퇴직연금 등 축적형 수수료 개선, 금융시장 변동성을 활용한 유가증권 관련 매매평가익 증가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하나금융지주는 설명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규모 충당급을 적립했다. 4분기 누적 3709억원이며, 이를 포함한 충당금 등 전입액은 전년 말 대비 41.1%(4998억원) 증가한 총 1조7148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 그룹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9%다. 전년 말 0.34%보다 0.15%포인트 높다. 연체율은 전년 말(0.3%)보다 0.15%포인트 오른 0.45%다.
계열사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4766억원이다. 전년 대비 12.3% 증가한 수치다. 비은행 관계사 중 하나증권만이 27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나캐피탈(2166억원), 하나카드(1710억원), 하나자산신탁(809억원), 하나생명(65억원)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한편 하나금융그룹 이사회는 기말 주당 16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 보통주 1주당 현금배당은 세 차례 분기배당 1800원을 포함해 전년 대비 50원 증가한 3400원이다. 연간 배당성향은 전년 대비 1.0%포인트 증가한 28.4%다. 지난해 초 실시한 1500억원 자사주 매입 소각을 감안하면 지난해 회계연도 총 주주환원율은 32.7%다
주가의 적정 가치를 확보하고 주가의 저평가 해소 및 주주가치의 지속적인 증대를 위해 3000억원의 자사주를 연내 매입 및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앞으로도 우수한 자본여력과 안정적인 자산건전성을 바탕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율 달성을 위한 노력과 함께, 금융을 통한 사회적 책임 실천으로 모든 이해관계자와 상생하며 우리 사회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기순익 20% 역성장 우리금융, '3조 클럽' 실패…카드·캐피탈·우리종금 전반적 부진
우리금융에 따르면 지난해 순영업수익은 9조8374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이자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0.5% 증가했다. 조달 비용 확대로 은행 순이자마진(NIM)은 3bp(1bp=0.01%) 하락했지만, 대출 성장세가 NIM 하락을 어느 정도 보완했다.
비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4.7% 내린 1조948억원이었다. 단, 이는 민생금융지원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전년 대비 약 10% 한 증가한 실적을 달성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수수료 이익이 안정적 성장세를 보였다"면서 "유가증권 관련익 등이 전년 대비 증가한 데 기인한다"고 전했다.
대손비용은 1조880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미래 경기 전망 조정 등을 반영해 2630억원의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했고, 4분기에도 당국 지침에 따라 부도시 손실률(LGD) 변경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해 약 525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 인식하면서다.
지주와 은행의 부실채권(NPL) 커버리지 비율은 역대 최대 수준인 229.2%, 318.4%를 기록했다. NPL 비율은 전년 대비 0.04%포인트 증가한 0.35%(지주)였다. 은행은 0.18% 수준이었다.
계열별로는 우리은행이 전년 대비 13% 줄어든 2조 5159억원 순익을 기록했고 우리카드는 45.3% 감소한 1110억원, 우리금융캐피탈은 30.1% 줄어든 1278억원, 우리종합금융은 534억원 순손실을 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한 해 취약부문에 대한 건전성을 개선하는 한편 우리자산운용과 글로벌 자산운용의 통합 등 계열사를 정비해 그룹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했다"면서 "올해는 위험가중자산 관리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도 선택과 집중의 성장전략, 자산관리 부문 등 그룹 시너지 강화를 통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