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 대학 종강…겨울철 렌터카 사고 주범은 10대·20대

4년간 동절기 렌터카 사고, 전체 사고의 32.6%…이 중 10·20대 사고 33.3% 달해
음주운전·운전미숙 사고 급증…‘전 연령 렌터카’ 서비스 운영 등 허술한 렌터카 이용 시스템 문제

#지난해 1월 대전 서구 탄방동 남선공원 네거리에서 20대 남성 A씨(24)가 렌터카를 몰다 도로변 표지판 철제 기둥을 들이받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차체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A씨와 동승자 B씨(22)가 숨졌으며 뒷좌석에 탄 동승자 3명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로 숨진 A씨와 B씨는 형제 관계로, 당시 지인들과 함께 렌터카를 타고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4년 사이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동절기 렌터카 교통사고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과 종강을 맞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렌터카 이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내는 사례가 잦은 탓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 렌터카 업체 측에서 이전보다 대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아시아경제DB]

15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동절기(1~2월·11~12월)에 발생한 렌터카 관련 교통사고는 1만3126건으로 전체 사고 건수(4만206건)의 32.6%를 차지했다.

특히 겨울철 렌터카 사고는 수능이 끝나거나 방학을 맞아 이용량이 증가하는 10·20대 운전자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이 기간 동절기에 10대와 20대가 낸 렌터카 사고는 4366건(33.3%)에 달했다. 이는 성수기인 여름철(7~9월)과 봄철 여행 수요가 많은 5월에 발생한 사고 건수(4774건)와 맞먹는 수치다. 같은 기간 렌터카 사고로 인한 사망자(114명) 가운데 10대와 2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31.6%(36명)였다.

렌터카 음주운전 사고도 10대와 20대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4년간 동절기에 렌터카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총 1440건 발생했는데, 이 중 30%(436건)를 10대와 20대가 저질렀다.

젊은 운전자를 중심으로 사고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허술한 렌터카 이용 시스템이 원인으로 자리한다. 렌터카 업체들이 운전 경력 2년 미만의 운전자들에게도 대여를 허용하면서 초보 운전자들의 운전 미숙에 따른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업체는 안전을 이유로 만 21세 이상, 운전 경력 1년 이상을 대여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자사 전용 운전 교육 프로그램을 3시간가량 이수할 경우 면허 취득이 1년이 안 돼도 렌터카를 빌려주는 등 대여 조건을 면제해준다.

일부 업체는 연령에 상관없이 차를 대여해주는 이른바 '전 연령 렌터카' 서비스까지 운영하는 실정이다. 전 연령 렌터카 업체들은 연령과 운전경력에 상관없이 면허 소지자면 조건 없이 차량을 빌려준다. 이들 업체는 '만 18세거나 면허취득 1년 미만이어도 누구나 가능'이라는 문구를 달고 홍보한다.

이를 두고 렌터카 업계 차원에서 저연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렌터카 교통사고를 내는 운전자들은 대개 경력 2년 미만의 초보 운전자들"이라며 "렌터카 업체들이 고객들에게 렌터카를 빌려줄 때 단 10분 만이라도 교통 법규에 대한 모바일 교육을 수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부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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