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저출산, 중세 흑사병 수준? 공포보단 대책 마련을'

"흑사병 인구감소→임금상승→산업혁명 이어져"
"아이들에게 어떻게 좋은 세상 물려줄지 고민"

"한국의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로스 다우서트가 내놓은 이같은 분석에 저출산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다우서트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인구가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가피한 노인 세대의 방치, 광활한 유령도시와 황폐화된 고층빌딩, 고령층 부양 부담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해외 이민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1.0명 선이 깨진 이후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통계청은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1년 전보다 0.1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제사에 따르면 인구가 감소했을 때 환경이 개선되는 현상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인구 감소를 공포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긍정적인 면모에 집중해 미래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장영욱 대외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인구 감소와 관련해 어두운 전망이 있고 그것들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그런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은 사람이, 인류가 균형을 찾아갈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밝은 미래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인구 증감은 외부의 환경에 의해서 결정되는 거고 우리는 이 땅에 살면서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그것만 고민하면 된다는 것"이라며 "인구 감소는 결과적인 수치이고 우리는 지금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지금 태어난 아이들에게 어떻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인구 감소를 흑사병에 빗댄 다우서트의 NYT 칼럼을 언급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비극이었지만 흑사병 발생 이후에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많은 좋은 일들이 있었다"며 임금 상승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농민들이 많이 죽었기 때문에 노동력이 굉장히 부족해졌고 살아남은 농민들은 임금이 굉장히 많이 증가했다"며 "영국 서퍽주에선 원래 1에이커를 수확하면 3펜스를 받았는데 흑사병 이후엔 5펜스로 증가했고, 옥스퍼드셔에선 주급이 2실링이었는데 흑사병 이후엔 10실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 수가 줄어들면서 1명의 아이에게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이 많아지면서 인적 자본의 축적으로도 연결됐다"고 덧붙였다.

노동력 감소로 인한 고임금이 산업혁명의 단초를 마련하는 계기 중 하나였다고도 주장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18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결정적인 배경 중의 하나가 노동력 감소로 인한 고임금"이라며 "과학 수준은 이미 발달을 해 있었는데 임금이 높아서 그 과학 수준을 기술로 바꾸는 게 수지타산이 맞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물론 인구 감소를 걱정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공포에 떨 필요는 없고 우리 하기 나름이다. 우리가 충분히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슈1팀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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