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훔기자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을 자랑한다. 지난해 고교 졸업생 중 44만5815명 중 32만6986명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73.3%의 대학 진학률을 기록했다. 이는 학벌주의 사회와 학력 간 임금 격차가 공고한 노동시장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경력을 쌓으면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임금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최근의 사회 지표를 보면 여전히 갈 길은 멀다.
20일 한국고용정보원의 '2021 KNOW 연구보고서'에 나타난 설문조사 결과(537개 직업·응답자 1만6162명)를 보면 학력이 높으면 평균 소득이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 대학원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의 평균 연봉이 6926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대졸 4699만원, 전문대졸 3630만원, 고졸 이하 3576만원 순이었다. 대학원 석사 이상과 고졸 이하의 평균 연봉 격차는 3350만원으로 거의 두배 수준에 달했다. 고졸 이하의 평균 연봉은 대졸의 평균 연봉과 비교해도 1000만원가량 차이가 났다.
학력별 소득을 상위 25%, 50%, 75% 소득으로 구분해 살펴봤더니 학력이 높을수록 상위 25% 간의 소득 차이가 더 컸다. 고졸 이하 중 소득 상위 25%의 평균 연봉은 4000만원이었다. 전문대졸 상위 25% 평균 연봉 역시 4000만원이었다. 하위 25%를 보면 고졸 이하는 2800만원, 전문대졸은 2900만원이었다. 중간인 50%의 경우 고졸 이하와 전문대졸 모두 3400만원이었다. 소득 하위에선 전문대 졸업자가 100만원 정도를 더 벌기는 하지만 중·상위권에선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고졸·전문대졸과 대졸자 간 연봉 격차는 꽤 벌어진다. 대졸 상위 25%는 5300만원을 번다. 고졸·전문대졸 상위 25%와 비교하면 1300만원의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대졸자 상위 25%도 대학원 석사 이상과 비교하면 다소 초라해진다. 석사 이상의 상위 25%는 8000만원을 번다. 대졸자 상위 25%와 2700만원의 격차다.
초임 역시 학력이 높을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졸 이하인 사람들은 초임 평균이 2450만원이었다. 전문대 졸업자는 2589만원, 대학교 졸업자는 3204만원, 대학원 석사 이상은 4172만원이었다.
전문대를 졸업한 사람과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사람이 받는 초임 연봉의 차이는 139만원이었다. 대졸자는 고졸 이하보다 754만원을 더 받았고, 석사 이상은 고졸 이하보다 1722만원을 더 받았다.
대졸과 전문대졸의 차이는 615만원이었다. 각각 4년제, 2년제로 가정했을 때 전문대 졸업자들이 2년의 시간을 투자해 벌린 고졸 이하와의 초임 격차(139만원)보다 훨씬 큰 것이다. 즉 대졸자가 투자한 시간의 효율이 더 높은 셈이다.
이러한 학력 임금 격차는 '학력 인플레이션'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예술·디자인·방송·스포츠직'에서 39.6% 정도가 대졸 수준의 학력을 요구하고 있었는데 실제 재직자들의 학력 수준은 71.0%가 대졸자로 요구 수준과 31.4%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경영?사무?금융?보험직’에서도 54.1%만이 대졸 수준을 원했지만, 재직자의 실제 학력 수준은 72.0%가 대졸자로 요구 수준과 18%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쉽게 말해 각 직업에서 요구하는 대학 졸업의 학력 수준보다는 재직자의 실제 학력 수준이 높다는 얘기다.
반대로 고졸 이하의 실제 학력을 보유하고 있는 비중이 가장 높은 직업에서 요구 학력 수준과 실제 학력 수준을 비교해 보면 '미용·여행·숙박·음식·경비·청소직'에서 고졸 이하 요구 학력 비중이 71.8%였는데, 실제 고졸 학력 비중은 44.5%에 불과했다. '설치·정비직'과 '건설·채굴직' 등에서도 직군에서 요구하는 고졸 이하의 학력 수준보다 실제 학력이 고졸자인 비율이 더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대졸자가 하향 취업을 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