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두 차례 발표가 미뤄진 의대 입학 정원 수요조사 결과가 마침내 공개됐다. 전국 의대들은 2030년까지 최대 4000여명까지 증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년째 3058명으로 묶인 현재 의대 정원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정부는 이 희망 규모 결과를 토대로 의대들의 역량 검증을 거쳐 실제 의대 정원 규모를 정할 태세다. 정부의 수요조사를 두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던 의료계와 갈등이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희망한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역·필수의료 붕괴 가속화, 인구 고령화 영향에 따라 복지부는 2025년도 대학 입시부터 단계적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지난 9일까지 2주간 전국 의과대학에 2025~2030년 각 연도별 입시의 의대 정원 희망 규모를 물었다. 두 차례 수요조사 결과 발표 연기 끝에 이날 나온 것이다.
수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들은 의대 정원 확대 추진 첫 해인 2025년도 증원 수요로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을 적어냈다. 최소 수요란 각 대학이 현재 교원, 시설 등 교육역량으로 증원 가능한 규모이고, 최대 수요는 추가 교육여건을 확보했을 때 의대들이 수용 가능한 규모다. 6년 연속 증원이 된 2030년도에는 증원 희망 규모가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에 이르렀다.
증원 수요 결과대로라면 2030년도 의대 정원이 현재 의대 정원의 2배를 뛰어넘는 7011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 수요조사 결과는 의대들의 희망 정원인 만큼 실제 증원 규모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부 관계자, 관련 전문가가 파악에 나서는 만큼 공신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지금도 의사 수가 1만명 부족하다”(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전문가 진단도 나왔다.
실제 증원 규모는 정부의 의학교육점검반 심사 등을 거쳐 확정된다. 전병왕 복지부 의학교육점검반장은 이번 조사 결과 의미를 두고 “각 의대가 추가 투자를 하면 현 정원 3058명의 2배 이상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수요조사 결과는 의대정원을 요구하는 여러 수요자 단체들이 의료계에 대한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둘러싸고 복지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수요조사 결과 발표 이후 대한의사협회는 이필수 회장이 참석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취지의 공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의협 관계자는 “2020년 전공의 총파업 못지 않은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