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송승섭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출산 욕구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SNS가 출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조장하고, 육아에 대한 부담감을 필요 이상으로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당면한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려면 '적당히 괜찮은 부모' 이미지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9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저출산 심층원인 및 대책연구’ 보고서에는 1년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뉴스에 등장한 ‘출산’ 키워드 200만건에 관한 분석이 담겼다. 연구에 따르면 출산과 함께 등장하는 연관어는 대부분 ‘걱정’, ‘고민’, ‘고통’,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었다. 한국에서 출산이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여성들의 부정적 감정이 컸다. 여성들의 임신 연관어를 살펴보면 결혼보다 낙태가 더 높은 순위에 오를 정도였다. 보고서는 “이 같은 사실은 많은 문제를 시사한다”면서 “여성들의 임신·출산에 대한 두려움, 부담감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출산 이미지를 추락시킨 장본인으로 SNS를 지목했다. 동아시아 특유의 집단주의, 협동, 경쟁, 질시 문화가 팽배한 한국에서 SNS의 보여주기·비교 문화가 출산을 기피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과도한 양육문화가 퍼지고 출산을 비용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점도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해 열린 ‘인구정책 비전 수립을 위한 전문가포럼’에 참석한 한 토론자는 “소셜미디어는 청년의 비교 성향을 자극한다”면서 “지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비싼 프러포즈 선물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고 결혼을 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비교 성향이 제일 강한 연령대는 20대라는 연구 결과로 보아 출산율 급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출산율 하락 시점과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 시점이 맞닿아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합계출산율 추이를 보면 한국은 2002년부터 이미 완만한 저출산 구조에 접어들었는데, 2016년을 기점으로 출산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2010년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2015년부터 빈번하게 사용된 점에 주목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를 정하는데, 인터넷상에서 청년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저출산이 유행처럼 확산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부정적인 저출산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가족생활과 가치에 관한 새로운 밈(정보가 말과 문자를 매개체로 세대를 넘어 보존·전파되는 것)이 형성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부담스러운 고강도 양육과 완벽한 후원자 부모를 대체할 수 있는 적정 양육, 적당히 괜찮은 부모상 확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