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에 어린이약 품절 대란 현실화…“천식약·감기약 없어요”

부데소니드 성분 소아 천식약 2개 제품뿐
“필요한데 없어서 처방·조제 불가능”
호흡기 감염병 유행에 해열진통제 시럽도 품귀

“환절기가 되면서 ‘풀미칸’(소아 천식약), ‘조제용 타이레놀현탁액’(해열진통제 시럽)은 이제 약사들 간 품앗이조차 어렵습니다. 약사 15년 동안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장모씨(44)는 7일 “‘내 코가 석 자’인 탓에 품귀가 확실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약품은 쟁여둘 수밖에 없다”며 “정말 급한 의약품이 아닌 이상 의약품 교환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장씨는 “주말 비가 그치고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면 관련 의약품이 급증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러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가 1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이달 들어 천식약, 해열진통제 시럽을 중심으로 품절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약사회가 지난달 처방 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약품 현황 조사를 실시했더니, 수급불안정 의약품은 총 187품목에 달했다. 이중 1년 이상 장기 품절 약 28품목, 수시 공급 불안정 의약품 71품목, 일시품절이 38품목이었다.

동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윤성 서울시약사회 약국이사는 “이중 소아용 기관지 천식약과 해열진통제 시럽의 수급이 심각할 정도로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 천식약인 부데소니드 성분 의약품을 국내 공급하는 제약사는 건일제약(풀미칸), 한국아스트라제네카(풀미코트) 등 2곳뿐이다. 대한약품공업(부데코트)도 같은 성분 의약품을 생산했지만 의약품 동등성 재평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지난 7월 판매 중단을 시작으로 2개월 뒤 품목 허가 취소가 됐다. 한윤성 약국이사는 “상반기만 하더라도 소아 천식약 3개 제품을 번갈아 처방 조제하면 품절 공백기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선택지가 2개밖에 없는 이후부터는 수급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의사들도 최근 소아 천식약 처방을 내리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필요한데 없으니 처방을 못 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부데소니드 성분 풀미칸, 풀미코트에 대한 약가 인상 안건을 오는 9일 열리는 제12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올릴 계획이다. 약가를 올리면 제약사들이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관련 의약품 생산 제약사가 2곳에 불과한 만큼 당분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풀미칸, 풀미코트 대신 처방되고 있는 벤토린(성분명 알부테롤)마저도 제약사(글락소스미스클라인코리아) 측 공급 일정 지연으로 이달 말까지 일시 품절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를 중심으로 독감, 감기 환자가 늘면서 처방용 해열진통제 시럽의 수급 부족도 심각하다.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등 계열의 성분이 대표적이다. 서울 중구 약사 신모씨는 “해열진통제 시럽이 없다 보니 알약을 갈아 처방하는 약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최근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의약품의 특성은 특허가 만료된 오래된 약들이다. 약가는 계속 인하되는 와중에 주기적인 생동성 시험 등에 따른 비용이 드니, 제약사로서는 생산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3월까지 일시적으로 약가가 오른 아세트아미노펜 알약형(650㎎)도 상위 판매 품목을 중심으로 품절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일시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 알악형의 약가를 1정당 50~51원에서 70~90원으로 올리고 제약사 생산을 유도한 바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아세트아미노펜 서방정의 오리지널 제품인 타이레놀은 수요가 많아 지금도 수급이 어렵다. 제네릭 처방도 많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