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결혼보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에서 만족을 얻거나, 아이돌·운동선수·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가상의 존재를 좋아하는 것이 일본 저출산을 심화시킨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됐다.
일본의 가족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는 24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최로 열린 '소멸하고 있는 일본, 빠르게 추월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일본 청년들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기보다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거나 아이돌, 운동선수,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가상의 존재에게 애정을 쏟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야마다 교수는 "'가상의 존재를 사랑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일본 30~34세 미혼 여성의 28%, 남성의 2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며 독신자들이 가상의 존재를 사랑하는 경향성이 저출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일본과 서양의 가치관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서구식 모델을 일본에 적용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는 "자녀가 성인이 되면 바로 독립하는 서구와 달리 일본은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며 "자녀에 대한 과도한 책임의식과 청년 세대의 경제적 불안감이 동시에 작용해 일본의 혼인율 및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기업 문화 개선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야마다 교수는 "일·가족 양립 지원이 중심인 저출산 대책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도시 지역에서는 큰 효과를 보였다"며 "직장 생활에 의욕적인 여성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효한 저출산 대책으로 ▲전통적인 가족 가치관 탈피 ▲퇴직자 근로 기회 확대 ▲직장 내 양성평등 ▲고학력 이민자 수용 ▲무자녀 부부 증세 확대 등을 제안했다. 그는 "파격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일본은 이대로 쇠퇴할 것이다"며 "고학력 이민자 수용 대책으로 자국민과 이민자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