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건강]독감의 계절, 붐비는 응급실보다 1·2차 병원 이용해야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온은 독감의 계절을 알리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더위가 지나고 어느새 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스치면, 가을 향기가 주는 설렘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나는 직업때문인지 이제는 독감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흔히들 독감이라고 알고 있는 인플루엔자는 감기 증세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에서도 인플루엔자(influenza)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증상만 가지고 일반 감기와 독감을 완벽하게 감별해 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일반 감기에서는 기침, 콧물, 인후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독감의 경우에는 이러한 호흡기 증상 외에도 38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근육통이 심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에도 독감에 걸리게 되면 2~3일간은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온 몸이 쑤시듯 아프고 기운이 없다.

독감은 2~3일 정도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 고열, 근육통이 지속되다가 차차 호전되어 1주정도 지나면 대부분의 증상이 좋아진다. 응급실에 내원하는 분들 중에는 해열제를 먹은 이후에도 열이 잘 떨어지지 않거나 다시 열이 나는 증상으로 내원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독감의 일반적인 경과이다. 독감은 해열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열이 금방 떨어지지 않을 뿐더러 다시금 열이 오를 수 있다. 다만 열이 오르는 시간 간격이 점점 늘어나고, 열이 오른다 해도 최고 온도가 점점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감은 2~3일이 지나고 열이나 근육통이 호전되었다고 해도 기침은 몇 주간 지속이 되는 경우가 많다. 노년층이나 만성질환자들의 경우에는 폐렴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고 사망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5일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서 호흡곤란이 동반되는 경우 가까운 응급실에서 가슴 엑스레이를 포함한 검사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독감은 해열제, 기침가래약과 같이 증상을 완화시키는 보존적 치료를 하고, 고열로 인한 수분 손실이 있을 수 있어 경구 수분 섭취가 중요하며 충분한 안정을 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들과 같이 합병증의 위험이 높은 환자 군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항바이러스제에는 주사제나 5일간 복용하는 알약이 있는데 최근에는 단 한 번 한 알만 경구 복용하면 되는 독감 치료제도 출시되어 각광받고 있다.

독감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분비되는 비말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가 되기 때문에 증상이 있거나 확진이 된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손씻기나 기침 예절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독감의 경우 환자 본인은 몸이 힘들어 괴로운 탓에 대학 병원 응급실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겨우 내원하지만 현실은 비 응급 질환으로 분류되어 빠른 진료와 치료를 받기는 힘들다. 요즘은 응급실 과밀화가 심한 탓에 끊임없이 밀려드는 응급 환자들로 붐비는 대학 병원 응급실에서 독감 환자들은 수액조차 맞지 못하고 장시간 앉아 대기하며 고생만 하다가 퇴원하는 경우가 많다. 독감은 대증 치료하는 질환이며, 해열제, 수액요법으로 얼마든지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기에 병원 진료를 고민하고 있다면 가까운 1,2차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박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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