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서울 주택가 일대에서 483 세대의 전기가 몇 시간 동안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전 사고를 일으킨 원인은 까마귀로 밝혀졌다.
30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반쯤 서울 구로구 오류동 일대에서 483세대의 전력 공급이 4시간 가량 중단됐다.
신고를 접수한 한전이 복구에 착수, 이날 오후 4시30분쯤 전력 공급이 재개됐다. 한전 관계자는 “까마귀가 전신주 위에 앉으면서 전선을 건드렸다”며 “변압기에서 스파크가 튀어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까마귀는 도심에서 정전을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한때 전봇대 위에 둥지를 짓는 습성으로 인해 까치가 정전의 최대 범인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까마귀가 일으키는 정전 사고가 까치의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는 철새였던 까마귀가 텃새로 정착하면서 지난 20년 동안 개체 수가 19배나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달 9일 오전에는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일대에서 인근 아파트·오피스텔 4곳의 3800여세대가 10∼50분 가량 전기를 사용하지 못해 출근 시간대 불편을 겪었다. 한전은 현장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까마귀가 전선에 접촉해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국전력 대구본부에 따르면 2020년 까마귀 접촉에 따른 관할지 정전 건수는 33건이었으나 2021년에는 46건, 지난해에는 무려 68건으로 2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까마귀는 정전 뿐만 아니라 과수원 등 농작물에도 피해를 주고, 도심 주거지 인근까지 접근해 번식하면서 행인을 공격해 피해를 주기도 한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서울 시내 까마귀 관련 119 출동 건수는 지난 2020년 19건에서 지난해 26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6월 23일에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행인이 까마귀에 머리를 쪼여 119구급차에 실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까마귀는 까치와 달리 유해 조수가 아닌 유해 야생 동물로만 지장된 상태라 대책을 세우기 쉽지 않다. 유해 조수는 한전이 직접 포획과 수렵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유해 야생 동물을 포획하려면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까마귀가 일으키는 정전 피해도 예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까마귀를 유해 조수로 포함한 시행령을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까마귀가 유해조수로 지정된다면 보다 원활한 대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