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이서희기자
매년 명절 때마다 백화점에선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억 단위 선물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다른 명절 상품처럼 수량이 많은 것도, 내놓는 족족 팔리는 것도 아니지만 백화점은 안 팔려도 크게 아쉬움은 없다. 초고가 명절 상품은 백화점간 프리미엄 경쟁 수단으로 여겨진다. 팔리면 좋은 것이고 그것이 아니어도 마케팅 효과 하나는 확실하다. 대부분이 보관 기간이 긴 주류상품이라 재고 부담도 적다.
올해도 백화점은 쉽게 구할 수 없는 이색 주류 상품들로 초고가 상품군을 채웠다. 주요 백화점 (신세계, 롯데, 현대, 갤러리아) 가운데 신세계에서는 싱글몰트 위스키 ‘보모어 40년’과 샴페인 ‘크 끌로 당보네’가 각각 2700만원, 1600만원에 팔렸다. 보모어 40년산은 싱글몰트 위스키 열풍을 고려해 '보모어 50년'(1억500만원)과 함께 처음 선보인 제품이다. 지난 추석 때 선보인 인기 위스키 ‘발베니(3700만원)’와 ‘맥캘란 M 디캔터(1100만원)’는 판매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올해는 일찍이 판매를 완료했다. 명절 선물을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주말을 앞둔 가운데 다른 백화점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상품은 소위 ‘어나더 클래스’ 라고 불리는 일부(돈 많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려는 용도보다는 구하기 쉽지 않은 상품인 만큼 개인의 만족을 위해 제품을 구매하는 사례가 더 빈번하다. 불안한 경기 흐름과는 무관한 셈이다. 결국 그 해 제품이 빠르게 판매됐다는 것은 백화점이 일부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적중했다는 방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가격보다는 희소성”이라며 “바이어들도 매년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상품 공수에 노력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를 보면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신의 물방울’이란 애칭으로 유명한 와인 ‘로마네꽁띠 2014(5940만원)’와 전 세계에서 100병만 유통되는 ‘루이13세 제로보암(4180만원)’이 팔려나갔다.
판매도 판매지만, 백화점은 수천, 수억원대 호가하는 희소한 주류를 확보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경쟁사와 차별점을 둘 수 있다. 백화점은 중산층 이상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백화점의 상품 소싱 능력과도 연결 지을 수 있다. 다른 백화점에서는 구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가능하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올해 신세계는 다른 백화점 대비 가장 많은 프리미엄 상품군을 구축했다. 국내 유통사로서는 처음으로 바이어와 소믈리에가 직접 경매에 참여하는 등 상품 소싱을 위한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설명이다.
한편 올해 롯데백화점에선 프랑스 보르도 프리미엄 와인으로 구성된 ‘샤또 페트뤼스 버티컬'(2001~2018 빈티지 18병)을 3억2900만원에 선보였다. 빈티지를 조합한 프랑스 대표 와인 ‘샤또 무통 로칠드 2000&2019'는 1125만원에 준비했다. 현대백화점은 ‘발베니 30년’(640만원)을, 갤러리아는 ‘테세롱 꼬냑 뀌베 익스트림(2700만원)’과 와인 ‘꼬쉬 뒤리 뫼르소 세트(700만원)’등의 상품으로 구성했다. 이외에도 신세계는 50년 숙성 고량주 ‘귀주 마오타이(1300만원)’, 위스키 맥캘란의 프리미엄 라인인 'M 코퍼(1650만원), 'M디캔터(1100만원)', 'M디캔터블랙(1560만원)'과 와인 '도멘 드 라 로마네꽁띠(7500만원)' 등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