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앤칩스]차세대 HBM 이끄는 '하이브리드 본딩'

이종집적 3D 패키징 구현 위한 기술
구리로 칩 표면 연결해 성능·품질 향상
전공정 기술 중요…차세대 HBM 필수

편집자주현대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매일 듣는 용어이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도통 입이 떨어지지 않죠. 어렵기만 한 반도체 개념과 산업 전반의 흐름을 피스앤칩스에서 쉽게 떠먹여 드릴게요. 숟가락만 올려두시면 됩니다.

최근 반도체 기사를 보다 보면 '패키징'이라는 단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가 막대한 투자 비용을 쏟고도 미세 공정 한계로 반도체 성능을 끌어 올리는 데 한계를 맞닥뜨리자 패키징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언급하는 패키징은 여러 반도체 칩을 묶어 성능을 극대화하는 개념입니다. 칩들을 나열하되 로직은 수평으로, 메모리는 수직으로 쌓아서 묶는 2.5차원(D)에서 아예 수직으로 쌓는 3D 결합으로 패키징이 진화하고 있죠. 특히 서로 다른 칩들이 하나의 반도체처럼 역할 하도록 3D 패키징하는 이종집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기술이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입니다. 칩과 칩을 쌓으려면 사이에 전기가 통하도록 공 모양의 전도성 돌기인 범프를 여럿 둬야 하는데요, 이걸 없애고 칩들을 바로 붙이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범프가 없어진 공간을 활용하면 성능,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하네요. 패키징 제품 크기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칩을 얹을 때 쓰이는 범프 이미지.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은 이 범프를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 [이미지출처=삼성 반도체 뉴스룸 콘텐츠 갈무리]

칩들을 붙이는 원리는 이렇습니다. 칩 표면에는 구리(Cu)와 산화막(SiO2)이 있는데요, 구리는 구리끼리, 산화막은 산화막끼리 붙도록 열처리를 해주는 식입니다. 서로 다른 두 개 물질을 붙이는(본딩) 방식이기에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칩 표면을 평탄화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 데다 열처리도 기술 난도가 높다고 하네요.

특이한 점은 하이브리드 본딩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전공정 기술을 쓴다는 겁니다. 전공정은 실리콘 원판인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반도체 칩 토대(다이)를 완성하는 일련의 공정을 말합니다. 이후 칩을 완성품으로 만들기 위해 마무리하는 과정을 후공정이라고 하죠.

보통 패키징은 후공정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이브리드 본딩의 경우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서 바로 이종 칩 다이를 붙이는 방식이다 보니 전공정 기술이 중요합니다. 전공정 장비 시장을 주름잡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패키징 사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이기도 하죠. 현재 하이브리드 본딩을 위한 장비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하네요.

산화물 높이 저감 기술(a)과 구리 디싱 제어 기술(b)로 나뉘는 하이브리드 본딩 과정을 설명한 이미지. / [이미지출처='Cu-SiO2 하이브리드 본딩' 논문 갈무리]

하이브리드 본딩은 업계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와도 연관이 큽니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쌓아 만든(적층한)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입니다. 인공지능(AI)용으로 쓰이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죠.

업계는 향후 차세대 HBM을 만들 때 하이브리드 본딩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HBM 성능이 높아질수록 적층 높이도 계속 올라갈 것이기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통해 제품 두께를 줄이려 하는 겁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적용을 늘리기 위해 HBM을 내놓는 모든 제조사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HBM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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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IT부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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