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정부가 이차전지,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모빌리티 등 3개 분야 국가전략기술 개발의 로드맵을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 제3차 회의를 개최해 이차전지,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모빌리티 등 3개 분야의 ‘국가전략기술 임무중심 전략로드맵(I) - 기술패권 경쟁 분야’를 심의·의결했다.
이번 로드맵에선 임무 달성·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중점 투자방향과 함께 인재양성·국제협력·제도개선 등 전략기술 생태계 조성 방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제시된 임무·목표의 달성을 위해 로드맵을 연구개발 정책·투자·평가 전과정의 나침반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12대 분야 중에서도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한 이차전지,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모빌리티 등 3개 분야가 우선 수립됐다.
이차전지의 경우 리튬이온전지 성능의 이론적 한계수준 극대화, 초성능·초안전·광물자립형 차세대 기술 확보를 목표로 잡았다. ‘이차전지 기술강국 수성’을 목표로 ▲리튬이온전지 셀·소재, ▲차세대 이차전지, ▲이차전지 모듈·시스템, ▲재사용·재활용 등 4개 중점기술별 세부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이론적 한계 수준의 350Wh/kg급 에너지밀도 구현이라는 도전적 목표와 함께 이를 위한 하이니켈 양극재(니켈 90% 이상), 실리콘계 음극재(실리콘 20% 이상) 등 핵심소재 확보를 핵심 임무로 설정했다. 차세대 전지 선점 관련, 초격차 성능을 위한 리튬금속 및 초안전 구현을 위한 반·전고체 전지 상용화(400Wh/kg)를 추진한다. 광물확보 경쟁 격화에 대비해 리튬을 부존량이 풍부한 나트륨으로 대체하는 나트륨이온전지(220Wh/kg 이상) 핵심기술 투자 확대도 포함됐다. 이차전지 생태계 조성 방안으로 ▲핵심광물 수급지도 개발 등 세계 광물확보를 위한 패키지 지원, ▲완성차 업체 협업을 통한 사용후배터리 관리 고도화, ▲공급망 기업의 소재·부품 검증을 포함한 오픈 이노베이션 강화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시대 및 저전력·고효율에 집중한다. 초거대 인공지능 본격화에 대비하여 막대한 전력소모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저전력·고효율화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 1위 수성 + AI반도체 신격차 확보’을 목표로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첨단패키징 ▲전력반도체 ▲고성능 센서 ▲소재·부품·장비 등 6개 중점기술 중심의 로드맵을 정했다. 특히 기존의 단순한 ‘초고성능화’ 접근법 대신 인공지능 연산에 최적화된 ‘저전력·고효율화’를 위해 초저전력 상황에서도 10TFLOPS/W(현재 2TFLOPS/W급·1TFLOPS는 초당 1조번 연산) 이상의 고효율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설계 기술 개발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반도체의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본격 적용을 위한 실증·소프트웨어 개발도 핵심 목표다. 자성소자 기반(MRAM)·저항기반(PRAM) 차세대 메모리 소자, 이종집적 칩렛후공정(패키징), 화합물 전력반도체, 극한환경용 전원자립형 센서 등 중점기술별 인공지능 구현에 최적화된 임무·핵심기술을 개발한다. 생태계 조성 방안으로는 ▲설계에 투입가능한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학부 수준부터 융복합 인재유입 활성화 및 중점기술별 특화대학원 지원 강화, ▲글로벌 연구소 및 핵심 소부장기업과의 공동연구 및 교류 강화, ▲전력·용수 등 필수 인프라 구축 및 연구거점 조성 등을 제시했다.
디스플레이는 차세대 시장 주도권 선점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1위 탈환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 무기발광, ▲유연·신축(프리폼), ▲소재·부품·장비 등 3가지 중점기술을 개발한다. 특히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는 초고성능(저전력·고해상도·고밝기)을 목표로 5나노미터(nm) 이하의 초소형(마이크로) LED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조기상용화의 최대 병목으로 지적되는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속·고효율 생산기술을 주요 개발 목표로 잡았다. 생태계 조성 방안으로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대학 기초·원천연구 지원을 통한 신산업 현장 맞춤형 고급인재 양성과 ▲마이크로LED 등 신기술·응용분야의 민간R&D 촉진 및 국제 표준화 주도 등을 제시하였다,
첨단 모빌리티는 2027년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고성능 인공지능 및 보안·안전성 표준·인증 선점에 나선다. ‘수용성·안정성·친환경성 구현’을 목표로 ▲자율주행시스템 ▲도심항공교통 ▲전기·수소차 등 3가지 중점기술을 개발한다. 구체적으로 자율주행시스템은 관계부처가 2027년 완전자율주행(레벨4)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하던 기술로, 기존의 규제·인프라 개선 중심 접근을 보완하는 고성능 인공지능·컴퓨팅 기술 확보와 SDV 전환 이후 세계시장의 기술주도권 향배를 좌우할 보안·안전성 관련 표준·인증 선점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본격 추진에 대비한 소프트웨어 융합인력 및 도심항공교통 상용화에 대비한 조종사 등 교육훈련 체계 구축 ▲선제적 제도 정비 및 실증 활동 지원을 과제로 설정했다.
이날 특위에선 국가전략기술 성패를 좌우할 최고급 인재 확보 및 질적 역량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을 통한 국가전략기술 인재 확보 전략'도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논의했다. 이번 안건은 향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